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첨단산업 분야 외국인투자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해 한국에 역대 최대 규모인 약 327억달러를 투자한 외투기업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한편 “한국이 전 세계에서 기업 하기 가장 좋은 나라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한국의 안정적인 제조업 기반과 우수한 인력 및 기술력을 해외 투자자들이 높이 평가하는 가운데 정부의 공격적 투자 세일즈 노력이 가세해 거둔 의미 있는 성과다. 이런 직접투자는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간접투자와 달리 국내에 공장을 건설하고 고용을 창출한다. 특히 외국 자금의 차이나 엑소더스(중국 탈출)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에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하지만 낙관하기 어려운 건 갈라파고스식 규제가 투자를 겹겹이 가로막고 있어서다. 세계 최악 수준의 경직된 노동시장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법인세율 등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제도는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말 근로자 100인 이상인 외투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36.5%가 “노동시장이 경직돼 외국인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답했다. 미국 국무부는 2021년 투자환경 보고서에서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경영자는 법규 위반으로 체포되거나 기소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발간한 ‘규제 백서’를 주목해볼 만하다. 127페이지 분량의 이 백서에는 자동차, 금융, 헬스케어 등 17개 산업군에 걸쳐 100여 개의 개선 과제를 빼곡히 담았다. 투자 유치는 대통령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현장 관료들은 이 백서부터 꼼꼼히 숙독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