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 비대위원장 "의대 증원 막겠다…17일 투쟁방안 결정"
'2천명 증원 불합리' 대국민 홍보…현장 떠나는 의사도 포착돼
의협 "전공의와 협력해 투쟁"…정부와 공개토론 가능성은 열어둬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17일 제1차 회의를 열어 의대 증원에 대한 향후 투쟁방안과 로드맵 등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14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런 계획을 알리며 "정부의 불합리한 의대 증원 추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을 저지하고자 지난 7일 대의원 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으로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선출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우리나라가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낮다는 이유로 의사 부족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의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의대 증원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40개 의과대학 정원이 3천명인데 한꺼번에 2천명을 늘리면 의대 24개를 새로 만드는 것과 똑같다"며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대한민국의 모든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2천명 증원 추진은 의료비 부담 증가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 비대위는 투쟁위, 조직강화위, 대외협력위, 언론홍보위 등 분과 위원회와 법률지원단, 종합행정지원단 등으로 구성된다.

오는 16일까지 비대위원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후 17일 1차 회의를 개최해 구체적인 투쟁 방안과 로드맵 등 중요 사항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1차 회의에 앞서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시도의사회를 중심으로 궐기대회도 진행하기로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젊은 의사들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투쟁 시점 등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의협 "전공의와 협력해 투쟁"…정부와 공개토론 가능성은 열어둬
김 위원장은 "전공의들도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등 투쟁 동력이 뜨겁다"며 "(전공의들도) 비대위 구성을 마치는 대로 뜻을 표명할 거라고 보고, 함께 투쟁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협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공개 토론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현재 상황 보면 오로지 겁박해서 모든 걸 누르겠다는 거고, 협상 안 하겠다는 건데 저희가 협상(테이블에) 앉을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저희가 토론을 요구했는데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정부에서 TV 토론을 수락하면 당연히 하겠다.

다만 시점상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의대 증원의 불합리성을 알리는 데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대 2천명 증원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라며 "대국민 홍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협 "전공의와 협력해 투쟁"…정부와 공개토론 가능성은 열어둬
의협 비대위가 조만간 구체적인 투쟁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이미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려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는 분위기다.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엄포를 놓자, 전공의들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병원과 수련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직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유튜브에는 자신을 대전성모병원 인턴이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전공의가 될 예정이라고 밝힌 의사가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하고 쉬기로 했다"며 "의사에 대한 시각이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현 상황에서 더는 의업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하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름이 가려진 한 신경외과 의사의 사직서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에 있는 사직서에는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한 필수 패키지와 의대 증원 문제를 접하면서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던 의사로서의 자긍심이 바닥으로 추락했다"며 "환자들로부터 감사와 존경은 고사하고 비난과 질시를 감내해야 하는 이 나라에서 의료계에 종사하는 것에 대해 환멸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