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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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소개팅 앱 등에 배우자·애인을 찾는 현상금 광고를 내는 게 유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며 사라져가는 구식 중매 비지니스와 달리, 자신을 잘 아는 주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동기를 부여해 자신에게 맞는 배우자를 찾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미국 IT기업 직원들이 배우자·애인을 소개해준 사람에게 현상금을 건 사례와 이 방법으로 결혼에 이른 사례를 상세히 전했다. 일시불로 현상금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과 같이 교제 기간이 길어질수록 분할해서 현상금을 주기도 한다. 자녀를 출산하는 등 일정 조건이 달성되면 추가 보상금을 주기도 하며, 보상금의 액수를 일정 기간 소득의 10% 정도로 유동적으로 정하기도 한다. 연간 수입이 수십만달러에 이르는 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면 큰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33세 남성 로이는 2021년 처음 현상광고를 냈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프로젝트 매니저다. 그는 우선 18개월간 만나게 되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사람에게 1500달러를 지급하고, 자녀를 낳거나 입양해 함께 키우게 되면 2000달러를 추가 지급한다고 했다. 로이는 약 27번의 소개를 받았고, 이는 5번의 영상 통화와 1번의 대면 미팅을 받았다. 결국 친구인 캐리 라돔스키의 소개로 39세의 카시엘을 만났다. 카시엘은 미국 조지아주에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로이는 결국 조지아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지난해 4월 카시엘과 결혼했다. 관계가 18개월 이상 지속됐기 때문에 현상금 중 1500달러를 라돔스키에게 지급했고 그녀는 이를 비영리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뉴욕 부루클린에 사는 로이의 친구 자슬로브스키는 총 1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31세인 그는 클라우드 저장소 기업 드롭박스의 엔지니어다. 관계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나면 중매인은 2만5000달러를 일시불로 주기로 했다. 이후 그는 매달 2000달러를 지급하며, 전액을 지불하거나 부부가 헤어질 때까지 이를 계속하기로 했다. 그의 수입이 연간 약 20만달러에 달한다. 자슬라브스키 NYT와 인터뷰에서 "당시 한 달에 1만3000달러를 지출하고 있었는데 쓸데없는 지출도 많았다"며 "그중 2000달러를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데 쓸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