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내기 싫으면 결혼하지 마"…예비부부 울리는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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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홀 예약을 취소할 경우 계약금 일부를 못 줍니다. 신중하게 선택하세요.”
내년 봄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 김가연씨(34)는 서울 강남의 한 웨딩홀 직원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특정 날짜와 시간대를 선점하는 조건으로 계약금 200만~300만원을 냈는데, 갑작스럽게 취소를 할 경우 수십만원을 못 돌려 받는다고 했다. 웨딩홀 측은 무분별한 예약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소비자가 예식일 예정일로부터 150일 전까지 계약해제를 통보하면 계약금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김 씨는 “서울 상당수의 웨딩홀은 법을 어긴 채 돈을 더 달라고 배짱 영업을 한다”며 “웨딩 업계의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결혼 관련 업체들이 온갖 이유를 들먹이며 예비부부들에게 추가 비용 부담을 얹히는 실정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고(高)물가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 때문에 젊은 예비부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해선 드레스 옷 가게마다 5만∼10만원씩의 ‘피팅비’를 내야 한다. 보통 국산 드레스의 피팅비는 5만원, 수입 드레스의 피팅비는 10만원 정도다. 처음으로 개시하는 드레스를 계약해 입게 될 경우 이를 ‘퍼스트 웨어’라 부르는데, 100만∼300만원가량이 덧붙는다.
메이크업의 경우 오전 9시 이전 메이크업을 받게 되면 10만원가량의 ‘얼리 스타트’ 비용을 추가로 낸다. 오후 5시 이후 메이크업을 받게 되면 ‘레이트 아웃’ 비용을 낸다. 스튜디오 촬영 시 사진 촬영을 보조하는 ‘헬퍼 이모’ 비용의 경우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보통 10만~20만원 정도 추가금을 낸다. 스튜디오 촬영 때 머리 모양을 바꿀 경우(헤어 변형)약 30만원의 추가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샵마다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수준이 천차만별이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샵에서 부르는 값을 예비부부들이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달에 결혼한 배지은씨(35)는 추가비용에 예상보다 약 500만원을 더썼다. 관련 업계 측은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의 줄임말), 예식 비용, 신혼여행 등에 기본 수천만원씩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수도권 주요 예식장들은 식사비용의 경우 약 4~5년 전 하객 한명당 4만~5만원 수준이었다면 현재 인당 6만~8만원으로 약 2배 가까이 인상했다. 특히 기본 식대 인원을 높게 보장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서울 중구의 A 예식장은 2017년 ‘최소보증인원 200명’에서 지난해 ‘최소 보증인원 300명’으로 그 수를 올렸다. 보증인원을 못 채우면 예비 부부가 그 손해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매달마다 치솟는 결혼 비용은 연인들의 결혼을 꺼리게 되는 수단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발표한 ‘2024 결혼비용 리포트’에 따르면 평균 결혼 비용은 3억 4724만 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비용 중 약 70~80%가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쓰이지만, 남은 비용의 상당수를 결혼식 준비비용에 사용하고 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내년 봄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부 김가연씨(34)는 서울 강남의 한 웨딩홀 직원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특정 날짜와 시간대를 선점하는 조건으로 계약금 200만~300만원을 냈는데, 갑작스럽게 취소를 할 경우 수십만원을 못 돌려 받는다고 했다. 웨딩홀 측은 무분별한 예약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소비자가 예식일 예정일로부터 150일 전까지 계약해제를 통보하면 계약금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김 씨는 “서울 상당수의 웨딩홀은 법을 어긴 채 돈을 더 달라고 배짱 영업을 한다”며 “웨딩 업계의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결혼 관련 업체들이 온갖 이유를 들먹이며 예비부부들에게 추가 비용 부담을 얹히는 실정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고(高)물가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 때문에 젊은 예비부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웨딩드레스를 입기 위해선 드레스 옷 가게마다 5만∼10만원씩의 ‘피팅비’를 내야 한다. 보통 국산 드레스의 피팅비는 5만원, 수입 드레스의 피팅비는 10만원 정도다. 처음으로 개시하는 드레스를 계약해 입게 될 경우 이를 ‘퍼스트 웨어’라 부르는데, 100만∼300만원가량이 덧붙는다.
메이크업의 경우 오전 9시 이전 메이크업을 받게 되면 10만원가량의 ‘얼리 스타트’ 비용을 추가로 낸다. 오후 5시 이후 메이크업을 받게 되면 ‘레이트 아웃’ 비용을 낸다. 스튜디오 촬영 시 사진 촬영을 보조하는 ‘헬퍼 이모’ 비용의 경우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보통 10만~20만원 정도 추가금을 낸다. 스튜디오 촬영 때 머리 모양을 바꿀 경우(헤어 변형)약 30만원의 추가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샵마다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수준이 천차만별이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샵에서 부르는 값을 예비부부들이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달에 결혼한 배지은씨(35)는 추가비용에 예상보다 약 500만원을 더썼다. 관련 업계 측은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의 줄임말), 예식 비용, 신혼여행 등에 기본 수천만원씩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수도권 주요 예식장들은 식사비용의 경우 약 4~5년 전 하객 한명당 4만~5만원 수준이었다면 현재 인당 6만~8만원으로 약 2배 가까이 인상했다. 특히 기본 식대 인원을 높게 보장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서울 중구의 A 예식장은 2017년 ‘최소보증인원 200명’에서 지난해 ‘최소 보증인원 300명’으로 그 수를 올렸다. 보증인원을 못 채우면 예비 부부가 그 손해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매달마다 치솟는 결혼 비용은 연인들의 결혼을 꺼리게 되는 수단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발표한 ‘2024 결혼비용 리포트’에 따르면 평균 결혼 비용은 3억 4724만 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비용 중 약 70~80%가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쓰이지만, 남은 비용의 상당수를 결혼식 준비비용에 사용하고 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