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향한 동맹 무시 발언은 그가 재집권한다면 우리 안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NATO 회원국의 한 정상이 “우리가 돈을 내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보호해 주겠느냐”고 한 질문에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기 위한 특유의 ‘무임승차론’이겠지만, NATO의 집단방위 약속을 저버리는 위험천만한 인식이다. 게다가 그의 1기 집권 때 핵심 참모는 “트럼프 재선 땐 NATO에서 탈퇴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대해서도 불안한 안보관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김정은은 똑똑하고 나를 좋아했다. 우리는 잘 지냈고 (미국은) 안전했다”고 했다. 그의 과장된 화법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자칫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이벤트를 다시 시작하고, 한·미 동맹을 경시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트럼프가 동결 수준에서 북핵을 용인할 것이란 보도도 나온 판이다. 트라우마도 있다. 그는 한·미 동맹도 돈으로만 계산한다. 그의 참모가 “트럼프는 한국에 군대를 주둔하는 것에 반대했다”고 회고한 대로 재임 시 주한미군 철수도 거론했고, 한국에 5, 6배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다. 한·미 실전 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돈 낭비라며 없앴고, 문재인 정부가 맞장구치면서 대북 대응 능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동맹 중시를 주장한 참모들은 결국 등을 돌렸다.

1기 집권 때보다 그의 충성파 참모가 더 많아진 것을 감안하면 재집권 시 청구서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가 미국이 한국을 제외한 ‘애치슨 라인’ 발표 5개월 뒤 북한의 남침이 있었던 사실을 거론하며 한국전쟁과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김정은이 도발 강도를 부쩍 높이고 있는 것도 트럼프 재집권을 설정하고, ‘통미봉남(通美封南)’을 통한 직거래로 핵 동결과 제재 해제를 맞바꾸기 위한 시도다. 1기 트럼프 때보다 더 복잡한 국제 정세까지 감안해 철저한 선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