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의 핵심 관문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별 구조조정 계획 수립이 당초 예정된 시한을 넘겼다. 부동산 PF 연착륙이 금융시장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선도 사례로 주목받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태영 워크아웃 삐걱…PF 처리案 시한 넘겨

60개 PF 모두 방안 확정 못 해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관련된 PF사업장 60곳의 대주단이 목표로 삼은 시한인 지난 11일까지 PF사업장 처리 방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대주단이 해당 PF사업장에 새로 자금을 넣어 정상화할 것인지, 공사를 중단하고 토지 등을 매각하는 청산에 들어갈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정상화 추진 시 신규자금 투입 규모와 분담 비율도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태영건설 채권단은 지난달 11일 1차 협의회에서 각 대주단에 한 달 뒤인 이달 11일까지 PF사업장별 처리 방안을 제출하도록 결의했다. 이런 결의가 가능했던 건 태영건설 채권단을 구성하는 600여 개 금융사가 대부분 각각의 PF대주단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60개 PF사업장 중 상당수가 여전히 대주단 내에서 사업 지속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살린다’로 방향을 정했지만, 신규 자금을 누가 얼마나 낼지 협의를 마치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5개 금융사가 대주단을 구성한 최대 사업장 마곡 CP4도 사업 유지를 결정하긴 했지만, 세부 조건은 아직 조율 중이다.

60개 PF사업장 대주단에 속한 전 금융사는 태영건설 채권단에 제출 기한 유예를 요청했다. 채권단은 일단 15일 뒤인 오는 26일까지로 사업장별 처리 방안 수립 시한을 연장했다. 한 대주단 관계자는 “당장 손실이 나는 것을 꺼리는 금융사가 많아 26일까지 처리 방안을 내지 않는 대주단도 꽤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루원 매각 이달 성사될 듯

법적으로 2차 채권단협의회(4월 11일) 직전인 4월 10일까지는 PF사업장 처리 방안 제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태영건설 워크아웃 방안을 사업장별 세부 계획을 기반으로 짜야 한다는 점에서 최대한 많은 사업장이 이달 안에 처리 방안을 내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빠르게 진행해야 경영 정상화도 가능하고 금융회사도 채권 회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태영건설을 건설사 워크아웃 모범 사례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해관계자의 이견 조율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영건설은 2차 채권단협의회까지 채권단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한다. 자체 자산 매각 등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공기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워크아웃이 지연될수록 태영건설의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자구계획에서 제시한 방안 중 레저 사업체 블루원을 부동산펀드에 자산유동화 방식으로 매각하는 작업이 이달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3조원대 가치로 평가받는 환경사업체 에코비트 매각은 다음달부터 인수자를 찾는 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