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트렌드 인사이트] 취향을 찾는 확실한 방법 '디토소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요즘 ‘추구미’라는 말이 유행이다. 보통 “내 추구미는 OO이야”라고 쓰인다.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가 어떤 대상의 외양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닮고 싶어 할 때 이 말을 쓴다.
유명인 등 특정 인물이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사는 걸 ‘디토소비’라고 한다. 디토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나도’란 뜻이다. 단 예전의 추종 소비와는 다르다.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내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고 그 의미를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주체적 소비에 가깝다.
디토소비에서 첫 번째 추종 대상은 사람이다. 예전에는 브랜드 등이 중요했다면, 요즘에는 ‘누가 사용하는 제품인가’가 더 중요하다. 상품이나 브랜드 자체가 갖는 상징성보다 해당 제품이 준거집단, 즉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의미로 해석되는지를 따진다. 디토소비자가 추종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제품을 선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의 팬덤 소비 또는 스타 마케팅과 다른 지점이다.
팬덤 소비와 스타 마케팅의 경우 소비자는 좋아하는 대상이 사용하거나 광고하는 제품을 무조건적 구매했지만, 디토소비에서는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자신의 가치관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주체적으로 해석해 구매 결정을 내린다.
두 번째 추종 대상은 콘텐츠다. 오늘 저녁 메뉴부터 휴가지 결정까지 만화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한다. 콘텐츠에 대한 몰입이 화면 밖 현실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본래 콘텐츠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관람의 대상이었다면, 디토소비자에게 콘텐츠란 소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세 번째 추종 대상은 유통 채널이다. 요즘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그중에서도 특정한 카테고리의 상품만 취급하는 전문몰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전문영역 쇼핑몰을 수직적으로 특화했다는 의미에서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라고 한다. 해당 영역에 대한 자사만의 고유한 취향과 안목으로 제품을 선별하고 제안하는 곳이다.
디토소비가 등장한 가장 중요한 배경은 선택지 증가다. 미국의 벤처투자가이자 작가인 패트릭 맥기니스는 SNS 확산과 지나친 풍요가 결합하면서 FOBO(Fear Of Better Options: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증후군이 등장했다고 지적한다.
이런 불안 탓에 최종 결정까지 더 오랜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막상 선택한 뒤에도 미련은 계속된다. 더 나은 선택을 할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시간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도 중요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대표 칼럼니스트인 나카무라 나오후미는 디지털 기술로 인간이 편리해진 동시에 정보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분석한다. 선택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지만 시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현대인은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실패에 대한 기회비용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과거 소비자는 마트, 백화점 혹은 종합 온라인쇼핑몰 같은 대중적인 유통 채널에서 되도록 많은 상품을 비교한 뒤 그중 제품력이 가장 뛰어난 상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제품 수와 유통 채널이 절대적으로 많아지고 제품력이 상향 평준화된 지금은 뛰어난 제품력만으로는 디토소비를 끌어내기 힘들어졌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대다. 내 상품의 타깃 유저를 정확히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나노 인플루언서와 버티컬 커머스 사이트가 필요해졌다. 나아가 그 전제로서 제품력을 뛰어넘는 기업 혹은 브랜드만의 철학은 필수가 됐다. 디토소비자가 진정 따르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추종하는 대상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결국 디토소비는 상품 자체가 아니라 기업과 브랜드의 철학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 회사, 우리 브랜드의 철학은 무엇인가?” 과잉 정보의 늪에 빠진 소비자에게 명확한 취향과 철학으로 선명한 선택지를 제안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최지혜 <트렌드코리아> 공저자
유명인 등 특정 인물이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사는 걸 ‘디토소비’라고 한다. 디토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나도’란 뜻이다. 단 예전의 추종 소비와는 다르다.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내 가치관에 맞는 대상을 찾고 그 의미를 해석해서 받아들이는 주체적 소비에 가깝다.
디토소비에서 첫 번째 추종 대상은 사람이다. 예전에는 브랜드 등이 중요했다면, 요즘에는 ‘누가 사용하는 제품인가’가 더 중요하다. 상품이나 브랜드 자체가 갖는 상징성보다 해당 제품이 준거집단, 즉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의미로 해석되는지를 따진다. 디토소비자가 추종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제품을 선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의 팬덤 소비 또는 스타 마케팅과 다른 지점이다.
팬덤 소비와 스타 마케팅의 경우 소비자는 좋아하는 대상이 사용하거나 광고하는 제품을 무조건적 구매했지만, 디토소비에서는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자신의 가치관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주체적으로 해석해 구매 결정을 내린다.
두 번째 추종 대상은 콘텐츠다. 오늘 저녁 메뉴부터 휴가지 결정까지 만화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한다. 콘텐츠에 대한 몰입이 화면 밖 현실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본래 콘텐츠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관람의 대상이었다면, 디토소비자에게 콘텐츠란 소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세 번째 추종 대상은 유통 채널이다. 요즘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온라인·모바일 쇼핑, 그중에서도 특정한 카테고리의 상품만 취급하는 전문몰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전문영역 쇼핑몰을 수직적으로 특화했다는 의미에서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라고 한다. 해당 영역에 대한 자사만의 고유한 취향과 안목으로 제품을 선별하고 제안하는 곳이다.
디토소비가 등장한 가장 중요한 배경은 선택지 증가다. 미국의 벤처투자가이자 작가인 패트릭 맥기니스는 SNS 확산과 지나친 풍요가 결합하면서 FOBO(Fear Of Better Options: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증후군이 등장했다고 지적한다.
이런 불안 탓에 최종 결정까지 더 오랜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막상 선택한 뒤에도 미련은 계속된다. 더 나은 선택을 할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선택지가 많아진 만큼 시간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것도 중요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대표 칼럼니스트인 나카무라 나오후미는 디지털 기술로 인간이 편리해진 동시에 정보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분석한다. 선택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지만 시간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현대인은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실패에 대한 기회비용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과거 소비자는 마트, 백화점 혹은 종합 온라인쇼핑몰 같은 대중적인 유통 채널에서 되도록 많은 상품을 비교한 뒤 그중 제품력이 가장 뛰어난 상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제품 수와 유통 채널이 절대적으로 많아지고 제품력이 상향 평준화된 지금은 뛰어난 제품력만으로는 디토소비를 끌어내기 힘들어졌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대다. 내 상품의 타깃 유저를 정확히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나노 인플루언서와 버티컬 커머스 사이트가 필요해졌다. 나아가 그 전제로서 제품력을 뛰어넘는 기업 혹은 브랜드만의 철학은 필수가 됐다. 디토소비자가 진정 따르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추종하는 대상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결국 디토소비는 상품 자체가 아니라 기업과 브랜드의 철학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 회사, 우리 브랜드의 철학은 무엇인가?” 과잉 정보의 늪에 빠진 소비자에게 명확한 취향과 철학으로 선명한 선택지를 제안하는 브랜드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최지혜 <트렌드코리아>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