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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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PBR주가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저PBR주를 쓸어 담은 외국인 투자자의 수익률은 화려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울상 짓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8일까지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5조4862억원을 순매수했다. 정부가 지난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후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으로 내달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외국인 매수세는 대형 종목에서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8일까지 15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15일 이상 연속으로 코스피200 기업을 사들인 것은 2022년 9월 29일~10월 27일(19일)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이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현대차(1조2309억원), 기아(5397억원), 삼성물산(3073억원), KB금융(2780억원) 등 저PBR 종목에 외국인의 자금이 몰렸다. 특히 현대차 순매수 금액은 코스피 전체 순매수액의 21.9%에 달한다.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은 일제히 상승했다. 그중 14개 종목은 오름폭이 두 자릿수일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삼성화재가 40.51%로 가장 많이 올랐다. 현대차(35.14%), 삼성물산(33.3%)도 급등했다. 한미반도체(32.6%), 삼성생명(32.59%), SK스퀘어(30.14%)도 30%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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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달리 개인은 6조5926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특히 개인은 외국인 순매수 1위인 현대차를 1조4301억원어치 팔았다. 기아(6182억원), 삼성물산(4515억원), KB금융(3277억원) 등 순매도 상위 종목 대부분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과 일치했다.

다만 개인이 사들인 종목의 수익률은 초라했다. 매수 상위 20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종목은 단 3종목이다. 삼성SDI(8.76%), LG에너지솔루션(3.55%) 정도만 유의미한 상승률을 보였고 SK하이닉스(0.92%)는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가장 많이 사들인 NAVER(2988억원)는 5.5% 내렸고, 삼성전기(-4.8%), 현대오토에버(-11.07%), 하이브(-9.91%), LG이노텍(6.37%) 등 순매수 상위 종목 1~5위가 모두 하락했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저PBR 종목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저PBR 종목 중에서도 재무 건전성이 우수한 종목의 주가 상승 폭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무 구조가 탄탄한 기업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구체화한 후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