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지난해 12월 국내 정식 출시한 게임 '쓰론앤리버티(TL)'.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12월 국내 정식 출시한 게임 '쓰론앤리버티(TL)'. 엔씨소프트 제공
리니지, 아이온 등 자체 지식재산권(IP) 게임에 집중했던 엔씨소프트가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약 2조원 규모의 현금을 활용해 외부에서 IP를 수혈하기로 했다.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자 연내 인수합병(M&A)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2020년부터 지켜왔던 매출 2조원대가 지난해 무너진 실적 악화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서구·동남아 겨냥해 조 단위 실탄 준비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8일 오전에 열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존 IP로 게임 사업을 키우는 일뿐 아니라 M&A와 투자를 통해 성장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예전엔 자체 IP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 했다면 이젠 신규 IP나 판권 확보를 통해 공략하는 전략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현금 약 1조9000억원과 부동산 등 자산을 외부 투자에 쓸 수 있다는 게 엔씨소프트의 설명이다.

엔씨소프트는 그간 M&A나 지분투자 등으로 외부에서 사업 동력을 얻는 데에 소홀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홍 CFO는 “새로운 IP를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맞추고 서구권과 동남아 시장으로 확장하는 데에 투자 방향성을 두고 있다”며 “M&A에 굉장한 노력과 시간을 쏟아붓고 있기에 올해엔 실질적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L 개선점은 “난이도, 조작 편의성, 게임 밸런스”


엔씨소프트로선 새로운 인기 IP 확보가 절실하다.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이를 만회할 만한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보다 31%, 75%가 줄었다. 매출이 1조원 대로 쪼그라든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을 우려할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9억원에 그쳤다.
엔씨소프트의 202~2023년 실적 추이.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의 202~2023년 실적 추이.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인 ‘쓰론앤리버티(TL)’도 차가운 시장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TL의 국내 흥행이 부진한 이유로 △콘텐츠 난이도 조정 문제 △조작 편의성 부족 △PvE(사용자와 컴퓨터 환경 간 대전) 콘텐츠 밸런스 조절 문제 등을 꼽았다. 엔씨소프트는 아마존게임스를 통해 TL의 해외판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신규 IP 기반 게임인 ‘프로젝트 BSS’, ‘배틀크러쉬’는 올 상반기 출시가 목표다. 개발 중인 ‘아이온2’는 트렌드에 맞춰 PvE 콘텐츠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엔씨소프트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판교R&D센터 옆 부지에 신사옥을 짓기 위해 58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지난 7일 공시하기도 했다. 홍 CFO는 “IP 매출 체력이 강화되는 시점은 주로 올 하반기가 될 것”이라며 “상반기엔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방만한 지출 줄이려 노력”


이번 콘퍼런스콜에선 의사결정구조(거버넌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발표 자료로 공개해왔던 게임별 매출을 이번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문준기 베어링자산운용 연구원이 “게임별 실적을 숨기는 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기업설명(IR)을 통해서 언제든 실적 공개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엔씨소프트 판교R&D센터. 엔씨소프트 제공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엔씨소프트 판교R&D센터. 엔씨소프트 제공
문 연구원은 "김택진 대표가 128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지난해 가져갔다”며 “다른 상장사를 보면 경영자가 연봉과 성과급을 받는 경우가 사라지는 추세”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순현금을 1조원 이상 들고 있음에도 엔씨소프트가 그간 M&A나 주주환원을 통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에 소홀했다는 의견도 냈다.

홍 CFO는 “방만한 지출을 줄이려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지원 조직이 과도하다는 점을 유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유동성 자산을 유동화해 수익 발생 자산으로 바꾸는 게 원칙이고 이사회도 동의했으니 많은 결과물을 시장에서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