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저PBR 종목들이 폭등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72.85포인트(2.87%) 상승한 2,615.31로, 코스닥은 16.04 포인트(2.01%) 오른 814.77으로 장을 마쳤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직원이 현대차 주가와 그래프를 살펴보고 있다. /김병언 기자
지난 2일 저PBR 종목들이 폭등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72.85포인트(2.87%) 상승한 2,615.31로, 코스닥은 16.04 포인트(2.01%) 오른 814.77으로 장을 마쳤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직원이 현대차 주가와 그래프를 살펴보고 있다. /김병언 기자
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기업밸류업프로그램’ 실효성은?
자동차, 지주, 금융 ETF 주목

저PBR 주식들의 반등이 가파르다. 정부가 ‘기업밸류업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기로 하면서부터다. 핵심은 기업 평가지표 중 하나인 PBR(주가순자산비율) 비교공시로 보인다. 저평가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발적인 활동을 유도하고자 함이 목적이다. 시장에서는 ‘만년 저평가 주식’이라는 낙인효과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주식 ISA 비과세 한도 확대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국내 증시 부양 목적의 정책 묶음이 함께 추진된다면 저PBR 주식들에 대한 관심이 단기에 그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코스피의 PBR은 0.91배이다. S&P500 4.58배, Nikkei225는 2.01배로 한국의 PBR이 미국, 일본보다 절대 수치가 낮은 것은 맞다. 하지만 PBR은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을 나타내는 ROE(자기자본이익률)의 함수이다. 2024년 예상 ROE를 살펴보면 S&P500 18.58%, Nikkei225 9.26%이고 코스피는 7.99%이다. 단순히 PBR 숫자가 낮다고 저평가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업종비중의 차이도 있다. 주요 투자 대상 종목으로 구성된 MSCI 지수를 기준으로 상위 업종비중을 보면 한국은 IT 47.6%, 산업재 11.9%, 금융 8.5%, 소재 8.5% 순이고, 미국은 IT 27.5%, 금융 13.2%, 헬스케어 12.4%, 경기소비재가 11.2%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산업재, 소재는 유형자산 투자가 많은 장치산업으로 구조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다. 반면에 헬스케어, 경기소비재는 성장성에 대한 프리미엄으로 높은 PBR이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성 종목의 차이도 있다. MSCI KOREA의 IT 비중 47.6% 중에 42.7%가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이다. 미국 IT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이다.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고 제조보다는 설계회사의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저PBR 주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미국의 ROE와 PBR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다. 어떤 형태로든 저PBR 비교공시가 시행되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의사결정은 자기자본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ROE(순이익/자기자본, 자기자본이익률)는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 국내 주식을 중심으로 한 ISA 비과세 제도의 확대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유도하여 결국 한국 주식시장의 PBR 상승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기업밸류업프로그램’언급 이후(1월 24일 이후) 가장 많이 상승한 ETF는 기간수익률 23.46%의 ‘KODEX 보험’이다. 0.38배로 가장 낮은 PBR을 가진 ETF 중의 하나이다. 같은 기간 거래대금이 가장 많았던 ETF 5종을 보면 자동차, 은행, 지주회사 ETF이다. 모두 0.5배 내외의 PBR 밸류에이션 ETF에 해당하며 15% 내외의 기간수익률을 기록하였다. 철강, 에너지화학 등의 소재 업종 ETF와 단순 우량주 ETF는 PBR이 1배미만이지만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점은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PBR1배 미만 ETF
PBR1배 미만 ETF
‘기업밸류업프로그램’ 정책 효과에 대한 갑론을박은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과 투자전략이다. 정책 방향은 언론을 통해서 시리즈로 알려지고 있고 투자전략도 이미 수익률과 거래대금을 통해 시장에서 안내해 준 것으로 판단된다. 단순히 PBR이 낮은 포트폴리오보다는 은행 ETF처럼 배당수익률(7% 수준)이 월등히 높거나 자동차 또는 지주회사 ETF와 같이 장기적인 성장 기대가 있어야 한다.

지난 10거래일 동안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4.8조원의 순매도를 했다. 특히 반등하는 가치주 매도에 집중되었고 성장주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자산 가격의 흐름에서 무시하면 안 되는 것이 과매도 된 자산에 대한 수급이다. 단기 급등 이후에는 숨 고르기가 진행되기 마련이다. 이런 시기를 이용하여 수년째 소외되어 있는 저PBR 주식과 ETF에 대한 분석과 선별과정은 시장에 흔들리지 않는 균형 잡힌 투자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