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네 살던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며칠 지났다. 같이 들었던 아버지가 불렀다. 직장에 다닐 때다. 친구 묘지에 다녀왔느냐고 물었다. 일 핑계 대며 안 가봤다고 하자 불같이 화를 냈다. 화를 낼 만한 일이 10여 년 전에 있었다. 재수해서 본 대학 입시에 낙방했다. 뵐 낯이 없어 술 취해 이튿날 늦게 귀가하자 아버지가 시험 결과를 물었다. 자리를 피하려고 “합격했습니다”라고 둘러댔다. 아버지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집에서 쫓겨났다. 나중에 들은 얘기다. 지인이 아버지에게 내 불합격을 먼저 알리며 앞에 두 명이 있긴 해도 그 학생들이 등록하지 않으면 합격할 수 있다고 상세하게 알려줬다고 한다. 닥치는 대로 가다 보니 도착한 곳이 전남 순천에 있는 선암사(仙巖寺)다. 세상을 하직하려고 하루 종일 헤맸다. 사찰 경내에, 땅에 붙다시피 옆으로 뻗어나간 와송(臥松)의 질긴 생명력을 보고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집으로 가지 못하고 이틀을 굶은 채 구로동 공장에 다니는 친구 자취방을 찾아갔다. 골목을 몇 번이나 헤집어 집을 찾고는 이내 쓰러졌었다고 했다. 그 친구 보살핌 때문에 목숨을 건지고 몇 달 같이 지냈다. 그날 이후 만나지 못했던 그 친구의 부음을 들었을 때 크게 놀랐다. 아버지는 네가 나서 살펴야 했을 진정한 친구라며 책망하고, “‘벗 우(友)’가 왼손과 오른손을 맞잡아 교차하는 것처럼,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친구다”라고 정의했다. 친구는 벗을 뜻하는 붕우(朋友)다. 중국 전한(前漢) 말기 학자 양웅(楊雄)은 ‘벗으로서 마음을 나누지 않으면 얼굴만 아는 벗이고, 친구로서 마음을 나누지 못하면 얼굴만 아는 친구이다’라고 아버
낮잠 시간이 증가한 80대 여성의 경우, 야간 수면 패턴이 안정적인 경우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두 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는 웨 렁 박사 연구팀이 80대 여성 700여명을 대상으로 5년간 야간 수면과 낮잠, 인지장애·치매 위험 등을 추적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학회(AAN) 학술지 신경학 (‘Neu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웨 렁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노년기 수면 관리가 인지 건강 유지에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한다"면서 "주간 졸음이 치매를 유발한다고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연구팀은 연구 시작 시점에 경도 인지 장애(MCI)나 치매가 없는 80대 여성 733명(평균 연령 83세)을 대상으로 야간 수면과 주간 낮잠, 일주기 리듬 등의 변화와 인지 장애 및 치매 위험 간 관계를 5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참가자들은 연구 시작과 종료 시 3일 동안 손목 장치를 착용해 야간 수면 시간 및 수면의 질, 주간 낮잠, 일주기 리듬 패턴 등을 측정했다.5년간의 추적 관찰 결과, 참가자 절반 이상(56%)이 수면 패턴의 큰 변화를 보였고, 참가자 중 164명(22%)이 경도 인지 장애, 93명(13%)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연구팀은 참가자들을 수면 패턴에 따라 △안정된 수면 그룹(44%) △야간 수면 감소 그룹(35%) △주간 졸음 증가 그룹(21%) 등 세 그룹으로 나눴다.안정된 수면 그룹에서는 8%(25명)만 치매 진단을 받았고, 야간 수면 감소 그룹에서는 15%(39명), 주간 졸음 증가 그룹에서는 19%(29명)가 각각 치매에 걸렸다.연구팀은 "나이와 교육 수준, 인종, 당뇨병·고혈
‘리스트의 환생’ ‘피아노의 젊은 황제’.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이자 이 대회 역대 네 번째 그랑프리 수상자인 1997년생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사진)에게 붙는 수식어다. 섬세한 음색으로 피아노의 서정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그는 <아르떼>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ONF)는 단원의 개성과 음악적 해석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항상 생동감과 예상치 못한 감정으로 가득하다”고 했다.이번 내한 공연은 캉토로프의 진면목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다. 파리에 사는 캉토로프는 ONF 단원들과 막역한 사이여서다. 기존 단원들과도 연주할 기회가 많았고, 최근 합류한 단원도 같은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가 많다.캉토로프는 부모님이 모두 바이올리니스트인 집안에서 자랐다. 그도 어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지만 결국엔 피아노를 골랐다. “저는 어릴 때 게을렀어요. 빨리 뭔가를 이해하고 바로 결과물을 내고 싶었는데 바이올린은 안 그랬어요. 제대로 된 소리를 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하지만 피아노는 보상이 비교적 즉각적이에요. 멜로디와 화음을 바로 낼 수 있고 간단한 곡도 빨리 연주할 수 있어요. 각 음표가 피아노 건반과 직접 연결된다는 사실도 논리적이고 직관적이어서 좋았어요.”캉토로프는 음악 외의 영역에선 변화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여러 나라의 공연장을 돌면서 새로운 피아노로 연주해야 하는 낯선 환경에서 안정감을 지키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시간은 악보 분석에 쓴다.“평소 연주에서의 몸짓, 음표 사이의 타이밍, 전체 곡을 하나의 유기적인 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