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인 테슬라의 ‘모델Y’ 구매 보조금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정부가 보조금 전액 지원 대상을 지난해 ‘판매가격 5700만원 미만 전기차’에서 ‘5500만원 미만 전기차’로 낮추면서다. 또 전기차 주행거리와 직결되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 가치가 높을수록 보조금을 더 지급하기로 했다. 국산 하이니켈 배터리를 장착한 현대자동차를 구매하면 예년과 비슷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구매자가 받는 보조금은 대폭 줄어든다.
테슬라 모델Y, 보조금 깎인다…아이오닉·EV 100% 받을 듯

중국산 전기차에 ‘보조금 장벽’ 신설


환경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환경부는 전기차 구매 국가보조금을 작년보다 각각 30만원 적은 최대 450만원(경·소형)~650만원(중·대형)으로 정하고, 5500만원 미만 차량만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5500만~8500만원짜리 차량에는 절반만 지급하고, 8500만원이 넘는 차량에는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올해 보조금 지급 규정은 △전기차 주행거리 △배터리 성능 △배터리 재활용 △충전 시설 설치 △애프터서비스(AS)망 등을 점수화해 보조금을 깎는 구조로 설계됐다. 작년에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450㎞를 초과하면 성능 보조금 중 주행거리 보조금이 똑같았다. 올해는 차등 구간이 500㎞까지로 확대되고 400㎞ 미만이면 보조금이 10㎞당 6만원씩 대폭 차감된다.

여기에 L당 출력(Wh)을 계산하는 배터리효율성계수를 적용해 배터리 효율이 낮으면 다시 보조금을 줄이기로 했다. 폐배터리 재활용률이 낮을수록 보조금을 깎는 배터리환경성계수 제도도 도입했다. LFP 배터리는 재활용해봐야 가치 있는 금속이 리튬뿐이어서 경제성이 낮다.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LFP 배터리에 재활용률을 30% 적용하면 제조 단가가 그만큼 올라가게 돼 있다”며 “폐배터리 재활용 기준을 보조금에 적용하는 것은 LFP 배터리엔 치명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1위인 LFP 배터리에 대해 ‘진입 장벽’을 신설한 셈이다. 이에 비해 한국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가 주로 전기차에 장착하는 삼원계(NCM·NCA) 배터리는 효율이 높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500㎞ 안팎에 달하고, 재활용도 활성화돼 있다.

국내 시장에 LFP 배터리를 적용한 중국 브랜드 전기 승용차는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 국산 전기차 중에선 KG모빌리티의 토레스에 중국 BYD의 LFP 배터리가 장착됐다. 직영 AS센터 운영 기준도 국산 전기차에 유리하다. 작년까진 직영 AS센터가 전국에 한 곳이라도 있으면 보조금이 깎이지 않았지만, 올해엔 전국 8개 권역에 각각 한 곳 이상이 있어야 감액을 면할 수 있다. 최근 3년 내 ‘표준’ 급속충전기 100기 이상 설치(20만원), 200기 이상 설치(40만원) 등의 충전 인프라 보조금도 강화됐다.

테슬라 고민 깊어질 듯

테슬라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에도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이 5700만원으로 정해지자 모델Y의 기본 가격을 5699만원으로 조정했다. 테슬라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에서 제조해 LFP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을 수입했다.

올해는 상황이 좀 더 복잡해졌다. 5500만원 미만이어야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테슬라로선 추가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 문제는 LFP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삭감 규정 때문에 가격을 인하하는 것만으로는 보조금 혜택을 온전히 받기 어렵다. BYD가 만든 LFP 배터리를 적용한 모델Y의 주행거리는 350㎞에 불과해 보조금은 절반에서 더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기본가격이 8500만원을 초과하는 G80 전동화 모델과 기아 EV9 등 대형 전기차를 제외하면 현대차의 아이오닉 5와 6, 기아의 EV5와 6 등의 경우 기본가격과 주행거리, 배터리 재활용, 자기진단장치(OBD) 장착 등에서 모두 보조금 100% 지급 규정을 만족하고 있다.

김재후/이슬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