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묶였던 일반인 통제 풀고 방문객 맞아
[르포] 4년만에 개방 고흥 소록도 "한센인 아픔 여전"
"한센인의 아픔은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통제됐던 일반인의 출입이 4년 만에 허용된 6일 오후 전남 고흥군 소록도.
일제강점기 한센인 환자들의 강제 수용소였던 이곳이 개방됐다는 소식을 접한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강풍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드문드문 이어졌다.

한센인을 소재로 한 이청준 작가의 장편 소설 '당신들의 천국'을 읽은 뒤 이곳을 와보는 게 소원이었다는 방문객들은 녹슬고 방치된 옛 시설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우거진 소나무 숲 너머로 보이는 빛바랜 외벽의 감금실을 바라보던 한 방문객은 "통제되기 전에 미리 왔더라면 이 슬픔이 덜했을 것 같다"고 혼잣말했다.

감금실 초입에 설치된 '교도소와 유사한 구조로 만들어져 탈출하지 못한 한센인 환자들이 이곳에서 숨졌다'는 안내판을 읽자 이내 눈물을 글썽였다.

한기가 느껴지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감금실 내 독방에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했을 한센인을 떠올리며 애도하기도 했다.

쇠창살이 설치된 외벽을 두고 바로 옆에 지어진 검시실이자 영안실에서도 방문객들의 탄식은 이어졌다.

4년 동안 일반인의 발길이 뜸했다는 듯 검시실 내부에선 퀴퀴한 냄새와 함께 희뿌연 먼지가 가득했다.

[르포] 4년만에 개방 고흥 소록도 "한센인 아픔 여전"
해부할 때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도구 곳곳에는 진갈색의 녹이 슬어있었고, 잿빛의 외벽에는 곳곳에 검은색 때가 묻어있었다.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온 방문객 지모(71) 씨는 "작은 사슴 모양의 아름다운 섬인 줄로만 알았다"며 "한센인에 대한 인권 탄압이 자행됐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고, 뒤늦게 오게 돼 한센인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경기 양평군에서 온 배미라(65) 씨는 "감금·인체실험 등 비인간적인 행위까지 벌어졌던 곳인 줄은 몰랐다"며 "개방을 통해 많은 사람이 역사적 사실을 공부하고, 한센인의 아픔을 알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부터 통제됐던 소록도는 이날부터 일반인 출입을 허용했다.

소록도는 한센인 환자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일제 강점기 때부터 한센인들이 강제 수용됐으며 현재는 369명이 소록도 내 별도 거주지에서 살고 있다.

소록도 내 중앙공원에는 한센인을 돌보며 이타적인 삶을 살았던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 등을 기념하는 공적비가 설치돼 있다.

박형석 소록도주민자치회 회장은 "코로나19 엔데믹 선언은 지난해 이뤄졌으나, 그래도 조심하자는 소록도 내 주민들의 의견으로 이제야 개방했다"며 "소록도는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적인 공간이라는 인식을 갖고 방문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