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서비스업 호황…상품정보 고시·분쟁 해결 기준 없어
애견호텔에 맡긴 반려견 실명 위기…사고 나도 해결책 '모호'
애견호텔에 맡겼던 반려견이 업체 측 과실로 중상을 입었지만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 1천500만명 시대.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이용객은 늘고 있지만, 막상 사고가 나도 책임소재를 가리거나 분쟁 해결 기준이 명확지 않다는 지적이다.

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22)씨는 최근 타지역으로 여행을 가면서 대전의 한 애견미용·호텔 업체에 생후 2년 된 반려견, 보스(포메라니안)를 맡겼다가 가슴 쓰린 일을 겪었다.

보스를 맡긴 지 2시간여만에 업체로부터 '눈을 다쳐 동물병원에서 수술 중이다'라는 연락을 받은 것.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대전으로 돌아온 A씨는 "시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고, 안구적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수의사 소견을 들었다.

뒤늦게 확인한 업체 CCTV에는 보스가 바닥에 있던 사료를 주워 먹다, 다른 개로부터 눈 부위를 물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보스는 충격에 주위를 빙빙 돌거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업주는 물린 보스보다는 공격한 개의 상태를 먼저 살폈다.

가해 견주의 연락처를 달라는 A씨 요청에 업체 측은 '고객 개인정보 제공은 어렵다.

죄송하다는 고객의 말을 대신 전해드린다'고 응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 재활치료비와 보상 문제를 놓고도 A씨와 업체 측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후 SNS를 통해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야 업체 측은 '잘못을 인정한다.

반성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A씨는 "업체의 관리 소홀, 사고 후 무책임한 행동에 화가 났지만, 막상 불만 신고를 할 곳도 없었다"며 "경찰서에 고소가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싱어송라이터 장필순 씨의 반려견이 애견호텔 측 과실로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애견호텔에 맡긴 반려견 실명 위기…사고 나도 해결책 '모호'
이처럼 반려동물을 관련 업체에 맡겼다가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피해를 구제받거나 분쟁을 조정할 실질적인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통상 서비스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은 한국소비자원이 중재를 돕는데, 판단의 척도 역할을 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동물사료·애완동물판매업종에만 있다.

반려동물 미용·호텔 등 서비스 업종은 기준이 없어, 견주와 업체 간의 갈등은 감정싸움, 온라인 저격·폭로로 번지고 경찰 고소와 소송전까지 난무하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애완동물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모두 708건으로 매년 2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견주 입장에서는 서비스 상품 정보제공,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없어 업장 내에서 피해를 봐도 도움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반려동물 서비스 산업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진 만큼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도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