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레이마니 후임 카아니…"가자전쟁 발발 후 '확전 경고' 지시도"
"미국 보복 차단-이란 세력 확장 '두마리 토끼' 임무"
美 자극하는 '저항의 축'…"배후엔 이란 정예부대 사령관"
지난달 요르단 내 미군 기지까지 타격하며 중동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저항의 축' 배후에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끄는 에스마일 카아니(67) 사령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을 종합하면 카아니 사령관은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이라크와 시리아 내 다양한 민병대 등을 통합해 '저항의 축'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7년 이란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 IRGC에 합류했고 약 10년 뒤 지상군 부사령관 자리에 오르며 조직 내 입지를 굳혔다.

2020년 가셈 솔레이마니 전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군 공습으로 사망하자 그의 뒤를 이어 쿠드스군을 지휘하게 됐다.

카아니와 솔레이마니는 1980년부터 8년간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 남부 전선에서 만나 깊은 유대관계를 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 측은 카아니 사령관이 후티, 헤즈볼라 등 다양한 세력을 긴밀히 연결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분석했다.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이 개인적 카리스마를 무기로 이들 조직을 동원했다면, 카아니 사령관은 이들을 저항의 축이라는 하나의 세력으로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친이란 민병대가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해 미군 3명을 숨지게 하는 등 중동 긴장이 고조된 것도 카아니 사령관의 이런 시도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주 "적어도 1973년 이후에는, 심지어 그 이전에도 이 지역(중동)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상황처럼 위험한 상황은 본 적이 없다"고 우려했다.

1973년은 이집트와 시리아가 연합해 이스라엘을 침공한 욤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한 해다.

다만 이란이 저항의 축에 속한 각국 민병대 등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이들 세력이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고 있어 이란이 이들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기 쉽다는 것도 이란 입장에서는 유리한 점이다.

WSJ은 이제 카아니 사령관이 미국의 보복을 차단하면서도 이란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저항의 축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그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몇 주 동안 각국 민병대 사이를 오가며 이스라엘과 미군 기지를 겨냥한 공격이 확전으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서방 소식통 등은 전했다.

아울러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에 대한 타격이 발생한 뒤 이란 측 당국자 여러 명이 이라크로 건너가 동맹들을 향해 이번 공격은 도를 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한 이란 고위 당국자는 설명했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 소속 연구원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10월 7일 이후 (IRGC의) 목표는 하마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다른 전선을 바쁘게 만들되, 더 큰 분쟁이나 미국의 공격을 촉발하지는 않는 것"이라며 이번 미군 기지 공격은 "이란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군은 이달 2일 이라크 및 시리아에서 쿠드스군 및 친이란계 민병대를 공습해 보복 대응에 착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