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도입한 중소기업 특별세액공제는 조세지출 효과가 없다는 잇따른 지적에도 3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세금 감면제도 중 하나다. 경영난을 겪는 중소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농업, 광업, 건설업, 정보통신업 등으로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올해 기준 수혜 대상 업종은 48개다. 이들 업종에 해당하면 신규 투자 규모와 실적 등에 상관없이 단지 중소기업 요건만 충족하면 사업장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의 5~30%를 최대 1억원 한도에서 감면받는다. 올 한 해 감면 규모만 2조6474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중소기업에 이처럼 무조건적인 특별세액 감면을 지원하는 것은 과도한 중복 특혜”라고 지적했다.

○‘핀셋 감세’ 무색한 조세지출

"한번 주면 못 줄인다"…농어민 감세만 7조
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조세지출 77조1144억원 중 수혜자가 기업인 조세지출은 40%가량인 30조6000억원이다. 중소기업이 19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조세지출의 25%에 달한다. 이어 상호출자제한기업(6조6000억원), 중견기업(1조5000억원) 순이다. 중소기업 조세지출은 2020년 12조9000억원에서 올해 19조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연평균 증가율은 10.7%에 달한다.

통상 기업에 대한 조세지출은 세액 감면을 통한 대표적인 감세 정책으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기업 시설투자 증가분에 10%포인트의 추가 세액공제를 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일반 분야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율도 처음으로 10%포인트 한시 상향하기로 했다. 이들 모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한 조세지출이다. 기재부는 임투세액공제 연장과 R&D 공제율 상향은 투입 대비 효과가 매우 높은 ‘핀셋 감세’라는 입장이다. 당장의 세수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세제 혜택을 통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면 경기가 살아나고 결과적으로 세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다만 3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특별세액공제는 재무지표나 고용 창출 측면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조세지출 심층평가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은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제도를 이용한 기업 모두 매출, 영업이익률 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효과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원은 2020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감면 폐지를 촉구했지만, 일몰기한은 2025년 말까지 추가 연장됐다.

○“숨은 보조금, 머나먼 구조조정”

중소기업뿐 아니라 농어민에 대한 조세지출도 ‘성역’으로 취급받고 있다. 올해 농어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비과세·감면을 포함한 조세지출은 6조7000억원에 달한다. 농어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0%) 적용에 따른 올해 조세지출만 2조4789억원이다. 기자재 부가세 환급 특례 규모도 1조4554억원에 이른다. 농어업용 석유류의 간접세 면제 규모는 8459억원에 달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세지출은 수혜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번 혜택을 주면 줄이기 어렵다”며 “중소기업과 농어민에 대한 일몰기한을 연장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몰기한을 앞두고 농어촌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기재부를 상대로 연장을 요구하는 것이 일상화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작년 말 일몰이 도래한 조세지출 항목 71개 중 91.5%에 달하는 65개가 연장됐다.

■ 조세지출

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을 통해 특정한 목적으로 지원하는 각종 비과세 및 세액 감면이다. 정부 재정을 통한 예산 지출과 달리 세금 감면 등으로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강경민/이광식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