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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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주식 저가 양도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회피'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과 SPC그룹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칙적 방법에 따라 양도주식 가액을 정한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허 회장 등이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도입한 2012년 1월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같은 해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SPC삼립에 미래 잠재적 가치를 반영하지 않은 낮은 가격에 양도했다고 판단했다.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현저히 낮은 255원에 SPC삼립에 판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판단한 적정가액은 1595원이다.

SPC그룹은 샤니 자회사 밀다원이 생산하는 밀가루를 SPC삼립이 구매해 계열사에 공급하는 구조다. 검찰은 총수 일가 소유 파리크라상과 밀다원이 일감 몰아주기 수혜를 봤다고 보고 이 매출을 증여로 간주해 총수 일가가 연 8억원, 10년간 74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 재판부는 "곡물 가공업 특성상 지속적인 성장을 예상하기 어렵고, 미래 가치를 주식 가치에 반영하는 것은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중대한 문제점도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SPC그룹이 일반적인 비상장주식 거래와 같이 과거 3년간 순손익을 기준으로 원칙적인 주식 가치 평가 방법을 채택했고, 평가 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거나 실무 담당자들이 회계법인의 평가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허 회장 등이 2012년 1월 신설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주식을 저가양도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당시 새로 도입된 제도에 대응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주식의 양도가액이 저가인지 고가인지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허 회장 일가가 주식매매 당시 파리크라상과 샤니 주식을 사실상 전부 보유하고 있어 궁극적으로 손실을 자신이 모두 입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