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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도요타의 빛바랜 세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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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사 잇따른 품질 인증 부정
    효율에 가려진 '불량 제로' 가치

    김일규 국제부 기자
    [취재수첩] 도요타의 빛바랜 세계 1위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와 사물의 우선순위를 잃어버렸다.”

    지난 30일 일본 나고야시에서 열린 도요타그룹의 비전 설명회.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히노자동차, 다이하쓰공업에 이어 도요타자동직기까지 그룹사의 잇따른 품질 인증 부정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불편과 걱정을 끼쳐 깊이 사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요타는 당초 창립자 도요다 사키치의 생일인 오는 14일에 새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품질 문제가 또 터지자 일정을 이날로 앞당겼다.

    도요타는 도요타자동직기가 생산하는 디젤 엔진 품질 인증을 위한 출력시험 등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발견됐다며 전날 문제의 엔진이 장착된 랜드크루저 등 10개 차종의 출하를 중단했다. 2022년 히노, 지난해 다이하쓰에 이어 또 품질 부정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도요다 회장의 사과 당일 교도통신은 도요타가 지난해 세계에서 자동차 1123만 대를 판매하며 4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매년 1위를 다투는 독일 폭스바겐(924만 대)보다 약 200만 대 많을 뿐 아니라 과거 도요타 최다 판매량인 2019년 1074만 대를 웃돌았다. 시장에선 ‘빛바랜 1위’라는 평가가 나왔다.

    도요타의 ‘효율 경영’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객의 주문에 따라 자동차를 생산하는 ‘도요타 생산방식(TPS)’은 높은 생산 효율로 유명하다. 그러나 히노자동차 등 각 사 조사위원회는 효율 경영 뒤에 가려진 짧은 개발 일정, 상사에게 ‘못 하겠다’고 말할 수 없는 조직문화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양산 일정을 늦추는 것은 회사에 피해를 준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말해도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부정행위를 했다” 등의 직원 발언이 나왔다.

    원래 TPS는 이상징후가 나타나면 작업자가 곧바로 생산라인을 멈추고 불량품을 만들지 않는 ‘안돈’이라 불리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세계 1위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목소리를 내 문제를 바로잡는 자정 작용은 작동하지 않았다. 도요다 회장은 부정행위를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보지 않았다기보다 보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라며 “여유가 없었다. 도요타를 일으켜 세우느라 바빴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 국내 대기업들도 도요타와 같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도요다 회장은 “현장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기업문화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인들도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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