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안전성·윤리적 논란
"매트릭스가 현실로" vs "뇌 손상"…머스크 '칩 이식' 시끌
세계적 사업가 일론 머스크가 인간 뇌에 칩을 이식하는 시도를 본격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머스크의 구상은 뇌에 칩을 이식해 손가락을 움직이는 대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핸드폰 같은 기기를 조작하도록 하겠다는 점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현실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전했다.

머스크는 전날인 29일 자신의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임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뇌에 칩 이식을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아니다.

뉴럴링크는 뇌에 2㎜ 미만의 깊이로 칩 'N1'을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으며, 경쟁사인 프리시전 뉴로사이언, 블랙록 뉴로테크, 싱크론 등보다는 후발 주자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뇌연구 소장인 로버트 데시몬은 뉴럴링크의 두뇌 칩이 팔다리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첫 번째 시도는 아니라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안전성 자료를 수집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럴링크의 두뇌 칩은 25센트 동전만한 크기로, 이식에 성공하면 "머리를 상당 부분 스마트워치로 교체하는 것과 같다"는 게 머스크의 주장이다.

경쟁사 블랙록 뉴로테크는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거나 스스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돕는 '유타 어레이'(Utah Array)를 제작 중이다.

다만 뉴럴링크가 보여줄 수 있는 발전은 두뇌 칩에 연결된 유연한 수십가닥의 실이라고 데시몬 소장은 분석했다.

이같은 실은 뇌와 함께 움직이면서 손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뉴럴링크의 칩이 뇌에서 읽을 수 있는 정보가 얼마나 될지도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실제로 뉴럴링크 칩에는 전극이 1천24개 부착돼 있어서 다른 장치들보다 훨씬 많으며, 이는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매트릭스가 현실로" vs "뇌 손상"…머스크 '칩 이식' 시끌
하지만 이같은 시도를 놓고 안전성 논란 또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30일자 기사에서 "일론 머스크는 인간과 AI를 융합하고 싶어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뇌가 손상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매체는 전직 뉴럴링크 직원들을 인용해 이 회사가 불필요하게 위험한 접근 방식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초창기에는 동맥을 통해 뇌에 장치를 전달하는 방안을 찾아냈지만 2019년이 되면서 이같은 방안을 폐기하고 대신 뇌에 직접 이식하는 '수술 로봇'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뉴럴링크에서 퇴사한 한 신경외과 의사는 이 매체에 뇌에 전극이 통과할 때마다 뇌 세포에 어느 정도 손상이 간다면서, 만약 목표가 사지 마비 환자를 돕는 것이라면 이것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동물 실험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뉴럴링크는 2016년부터 동물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시험을 해왔는데, 미국 의회 일각에서는 지난해 "원숭이들이 컴퓨터 칩 이식 이후 마비와 발작, 뇌부종 등을 포함해 쇠약해지는 부작용을 겪었으며, 최소 12마리의 젊고 건강한 원숭이들이 안락사됐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뉴럴링크 전·현직 직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2018년 이후 뉴럴링크의 실험으로 죽은 양과 돼지, 원숭이 등 동물이 총 1천500마리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매트릭스가 현실로" vs "뇌 손상"…머스크 '칩 이식' 시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