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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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 여파로 지난해 6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DS) 부문에서 연간 15조원대 육박하는 적자를 낸 여파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올해 삼성전자가 34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두며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4월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한 이후 업황이 개선되고 있고, 실제로 4분기 D램 부문 실적이 흑자 전환되는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삼성 작년 영업익 6조원대로 '뚝'…반도체 적자 15조

사진=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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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조5670억원, 매출액은 258조9355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84.86%, 14.33%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5조4871억원으로 72.17% 줄었다. 영업익이 대폭 떨어진 이유는 지난해 주력인 반도체 업황 악화로 15조원대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4분기 2조1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한 이후 하반기부터 실적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조8247억원, 매출액은 67조779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34.40%, 3.81% 감소한 수치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각각 16.07%, 0.56% 늘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내내 6000억원대를 기록했던 영업익은 3분기 조 단위로 개선됐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익은 세트 제품 경쟁 심화 및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효과 감소 영향을 받았지만, 메모리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디스플레이 호실적이 지속되면서 전 분기 대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표=삼성전자 제공
표=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이날 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했다. 4분기 반도체 부문은 21조69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되는 가운데 PC 및 모바일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수요 회복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기조 아래 HBM, DDR5, LPDDR5X 등 첨단공정 제품 판매를 대폭 확대했다. 회사 측은 "시장을 웃도는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를 기록했다"며 "D램은 재고 수준이 큰 폭으로 개선돼 4분기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다만 파운드리는 고객사 재고 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시장 수요가 감소해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만드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4분기 매출 39조5500억원, 영업이익 2조62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는 신모델 출시 효과 둔화 및 판매량 감소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전장부품 사업 자회사 하만은 매출 3조9200억원, 영업이익 3400억원으로 집계됐다.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SDC 부문 매출은 9조6600억원, 영업익은 2조100억원이다. 중소형 패널은 신제품 대응 및 하이엔드 제품 비중 확대 등으로 탄탄한 실적을 냈다. 대형은 연말 성수기 TV 판매 증가로 매출이 증가하고 적자폭이 완화됐다.

4분기 시설투자는 16조4000억원 규모로 이뤄졌다. 부문 별로 DS 14조9000억원, 디스플레이 8000억원 수준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인 53조1000억원 규모다. 회사 측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다.

올해 '반도체 봄' 온다…연간 영업익 34조원대 전망

사진=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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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은 밝다. 감산 효과 덕분에 지난해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지난해 1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6.45% 상승한 1.65달러를 기록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D램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은 2021년 7월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이다.
여기에 D램 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제품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4조 규모로 전년 대비 420%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매출도 같은 기간 17% 증가한 302조1345억원을 거둬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분기엔 5조3900억원의 영업이익, 71조6763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1분기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수익성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1분기 DS 부문은 계절적 비수기이지만 첨단 제품 및 생성형 AI 수요 확대에 집중하고, DX 부문은 AI 스마트폰 등 AI 기능 강화 및 전략 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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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제품별 회복 속도 차이에 따라 전사적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실적이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올해는 메모리 업황과 IT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며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적극 대응하고 AI 탑재 제품 시장 선점을 추진하는 가운데, 프리미엄 리더십과 첨단공정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기술 준비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부문은 차세대 HBM3E 적기 양산 및 하반기 12단 전환 가속화 등을 통해 HBM 선도 업체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파운드리는 3나노 GAA 공정을 안정적으로 양산하고 2나노 공정 개발 등 첨단공정 개발을 지속하며 응용처 수주를 확대한다. MX는 AI를 탑재한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AI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해 연간 플래그십 출하량 두 자릿수 성장과 시장 성장률을 웃도는 스마트폰 매출 성장을 추진한다.

네트워크는 주요 해외 사업에 적기 대응해 매출 성장을 추진하고, VD는 프리미엄 및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제품군 다변화를 추진한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의 경우 스마트폰 분야에서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IT 및 차량 분야 등 미래 성장동력을 굳건히 다질 계획이다. 대형은 생산 효율 향상 등을 통해 손익 개선을 추진한다. 하만은 전장에서 차량 내 경험 역량 강화로 신규 분야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갤럭시 스튜디오’를 찾은 시민들이 갤럭시 S24 시리즈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 위치한 ‘갤럭시 스튜디오’를 찾은 시민들이 갤럭시 S24 시리즈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이솔 기자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