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법률 위반 지적한 것으로 공적 관심·이익에 관한 사안"

대리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대리점주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동차 판매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리점주 노동착취" 피켓시위 자동차 판매원…명예훼손 '무죄'
부당노동행위 등을 지적한 피켓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지만 시위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없어진다는 취지에서다.

대구지법 형사12부(어재원 부장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50대 자동차 판매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10월께부터 B씨가 운영하는 한 자동차 판매대리점에서 2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며 자동차 판매원으로 일해오다 2019년 1월 계약 기간 종료 이후 B씨의 재계약 거절로 해고됐다.

이에 A씨는 같은 해 2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판매용역계약 해지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구제신청을 했고, 3개월 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A씨를 복직시키라는 결정을 내렸다.

B씨는 재심 신청을 했으나 같은 해 8월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를 기각했다.

B씨는 노동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채 복직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A씨는 2022년 2월 대리점 앞길에서 B씨를 지칭해 "대리점주들은 노동착취로 임금을 착취 갈취하고 부당노동행위 노조 탄압을 자행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5차례 1인 시위를 해 B씨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피켓 내용이 B씨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 아니며, 설령 명예훼손 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그 내용이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피켓에 기재된 표현이 B씨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표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주된 동기와 목적 및 필요성,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공표 상대방의 범위와 표현 방법, 그로 인한 B씨의 명예훼손 정도와 보호 가치 등을 종합해 볼 때 A씨 행위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표현 내용은 회사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 대우, 부당노동행위 등을 지적함으로써 자동차 소비자 등 일반인들의 합리적인 선택권 행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정보로서 공적인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안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