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렌탈 남자친구' 서비스를 체험한 후기를 올린 영상의 일부. /사진=유튜브 캡처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렌탈 남자친구' 서비스를 체험한 후기를 올린 영상의 일부.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렌탈 남친(남자친구)' 서비스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에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남자친구를 하루 빌려준다'는 취지로 시작된 서비스인데, 한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식 이색 문화가 한국에 퍼지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달 22일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튜버가 공개한 '렌탈 남자친구 빌려봤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은 30일 기준 조회수 약 165만회에 달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유튜버 A씨는 현지 유명 렌탈 남자친구 사이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일일 남자친구'를 골랐다며, 1시간에 1만엔(약 9만209원)가량을 지불했다고 소개했다.

영상에선 렌탈 남자친구와 A씨가 데이트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데이트 코스는 A씨가 직접 짰다. 신주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시내 공원으로 이동해 산책하고 카페를 방문했다. 이들은 여느 커플처럼 손을 잡고 걷거나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커플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A씨는 "솔직히 말하면 (데이트를) 가기 전까지 걱정이 앞섰다"면서도 "현대사회에는 상대방한테 신경 쓰거나 맞추는 게 귀찮지만, 데이트는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라면 가끔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후기를 전했다. 이어 "(렌탈 남자친구가) 엄청 젠틀하게, (실제) 남자친구처럼 대해줬고,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함께 사진 촬영을 하는 한국인 유튜버와 일본인 '렌탈 남자친구'. /사진=유튜브 캡처
함께 사진 촬영을 하는 한국인 유튜버와 일본인 '렌탈 남자친구'. /사진=유튜브 캡처
해당 영상을 접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렌탈 남친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들었는데 실제로 이용하는 것을 보니 자연스러운 분위기라서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단어만 보면 되게 위험해 보이는데 막상 보니 적절한 가격대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로 보인다. 무례하거나 너무 이성적으로 대하는 것이 없어서 좋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직접 일본에 방문해 렌탈 남자친구 서비스를 체험했다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후기도 나왔다. 지난 27일 이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 일본에 방문, 약 16만원을 지불했다는 B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 서비스의 가격이) 좀 비싸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용해보면 가성비가 있다고 느껴진다"며 "우리 둘 다 일본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공통점이 있었고,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왔다"고 전했다.

앞서 외신 매체도 '최신 일본 문화'의 사례로 렌탈 남자친구를 조명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19일 미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최근 일본인 중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일 남자친구 구하기 웹사이트'의 인기가 높아졌다"며 "이 웹사이트는 일일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 지켜야 할 일 등 엄격한 규칙도 강조하고 있으며, 스킨십 등에 대해서도 제한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유명 렌탈 남자친구 홈페이지에 공개된 '일일 남자친구' 리스트. /사진=공식 홈페이지 캡처
일본 유명 렌탈 남자친구 홈페이지에 공개된 '일일 남자친구' 리스트. /사진=공식 홈페이지 캡처
실제 렌탈 남자친구 서비스는 거주지와 나이, 직업, 키, 혈액형을 비롯해 성격과 취미, 음식 취향 등 '예비 일일 남자친구'에 대한 내용이 담긴 프로필을 보고 데이트를 원하는 상대방을 고르는 방식으로 만남이 진행된다. 도쿄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 유명 렌탈 남자친구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지난 28일까지 약 한 달간 417명이 이곳에서 데이트했다. 한주에 평균 100여명이 렌탈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이 한국에도 퍼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하녀가 주인을 섬기는 콘셉트의 일본식 '메이드(Maid) 카페'가 서울에 문을 연 뒤, 일각에서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일본식 문화가 국내에 반입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특정 성별을 타깃으로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논란 속 지난해 말 개업한 국내 첫 집사 카페도 남성 종업원이 방문객을 '공주님'으로 부른다는 이유로 눈초리를 받았다.

하지만 일본에 호감을 느끼는 20~30대를 중심으로 일본의 이색 문화가 거부감없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 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0·30세대 626명을 대상으로 '한일관계 인식'을 조사한 결과,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이 42.3%,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17.4%로 긍정이 부정보다 2.4배 높았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10점 만점에 5.7점으로 평균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