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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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No Show·예약 부도) 방지를 위해 도입된 예약금 문제로 곳곳에서 미용실과 소비자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북부에서 1인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모(32)씨는 31일 최근 시술 시간을 약 1시간 앞둔 예약 고객 A씨로부터 돌연 '아이가 아파서 못 온다'는 통보를 받았던 사연을 전했다. 박씨는 "여성 손님이었고, 원하시는 시술 항목도 많았기에 A씨 다음으로 예약도 한 타임 비워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씨에게 당일 예약 취소는 종종 있었던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예약금 2만원을 받고 나서부터는 (당일 노쇼나 취소가) 눈에 띄게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런 경우가 가끔 있어서 '내 오늘 운이겠거니' 하고 담담하게 넘기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박씨는 A씨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바로 '아이가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못 가는 것이니, 예약금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박씨가 "아이가 아파서 정말 속상하시겠지만, 저도 손님 예약 취소로 손해를 보지 않았겠냐"고 회유했지만, A씨는 계속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박씨는 "A씨가 '(예약을 진행한) 포털 고객센터에 연락하겠다, '소비자 고발 센터에 민원을 넣겠다' 등 종일 따지길래 일을 더 키우기 싫어 2만원 돌려드리고 끝냈다"며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입금했다는 문자에 답장도 하지 않더라"고 씁쓸해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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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극심한 생리통으로 미용실 이용 당일 예약을 취소하려 했지만, 미용실이 예약금 3만원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사연도 있다.

B씨는 지난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예약금 먹튀 하는 미용실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커트와 셋팅펌 시술을 받고자 지난 28일 인스타그램 검색으로 마음에 드는 숍을 찾아 다음 날인 29일 오후 2시 30분으로 예약을 진행했다"고 운을 뗐다.

B씨는 "예약 후 문자로 노쇼 등 이유로 예약금 3만원을 받는다기에 입금했다. 하루 전날 예약이니 당연히 다음날 머리하러 가려고 했다"며 "그런데 29일 새벽부터 배가 슬슬 아프더니 생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B씨는 남들보다 유난히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 하루 이틀 정도는 온찜질을 하며 누워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에서 미용실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배가 너무 아파 도저히 못 갈 것 같더라"고 떠올렸다.

결국 예약을 취소해야겠다고 결심한 B씨는 이용 시간 3시간 전인 29일 오전 11시 30분께 미용실로 전화해 "생리통이 심해 오늘 못 가겠다"고 알리며 예약금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용실 측은 "취소, 변경, 노쇼로 인한 것이니 예약금을 환불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고.

B씨는 이런 상황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생리가 '전날 나 생리하겠소' 통지하는 것도 아니고, 예약 당일 시작해 아파서 못 가는 거였는데, 생돈 3만원 날린 것 같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글을 마치며 "일부러 안 간 것도 아니고 몸이 아파 불가항력으로 못 간 것인데 3만원 생돈 뜯긴 기분"이라며 "제가 잘못한 건지, 미용실 규정이 정당한 건지 헷갈리기도 한다. 제 돈 3만원 못 받는 게 당연한 거냐"고 의견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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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의 미용업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소비자의 귀책 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의 경우 '소비자는 총이용금액의 10%를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비용을 사업자가 이미 수수한 경우에 사업자는 이미 수수한 비용에서 소비자 부담액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소비자에게 환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한국소비자원은 이런 기준을 모든 분쟁 사례에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각 분쟁 사례의 전후 사정, 사업자의 기회비용 등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재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정고운 한국소비자원 경기인천지원 여행운송팀장은 "실제로 진행되는 미용업 분쟁 합의 권고 사례를 보면 예약금 환불 관련 내용 사전 고지 여부부터 미용실 디자이너의 인기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미용실이 예약금 환불에 대해 고지했는지, 시술을 합친 총이용금액은 얼마인지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사업자(미용실)의 기회비용도 고려한다"며 "B씨가 이용일 전날 예약했다고 했는데, 예약한 미용실의 디자이너가 정말 인기가 많은 분인데, 운 좋게 취소분이 발생해 겨우 들어간 걸 수도 있다. 그 반대로 항상 예약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일 수도 있다. 이런 사항까지 종합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