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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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마니아인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다음달 설 연휴를 끼고 해외여행을 계획하면서 인터넷 면세점에서 니치 향수 브랜드 100mL 용량 제품을 구입했다. 그는 "면세점은 적립금을 사용할 수 있고 향수 면세 한도도 (60mL에서 올해부터 100mL로) 늘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게 대용량을 구입할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이 같은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면세점들은 향수 부문을 강화하고 나섰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인천국제공항에 '향수 전문관'을 열었다. 하반기 신세계면세점의 인천공항 점포 향수 구매 수량은 상반기보다 45% 뛴 것으로 집계됐다. 신라면세점 역시 최근 인천공항 탑승동 매장을 화장품 복합매장으로 새단장하며 들인 61개 브랜드 중 절반가량을 향수 브랜드로 채웠다. 특히 르라보, 펜할리곤스 퍼퓸, 앳킨슨 퍼퓸 등의 니치 향수를 전진 배치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시대'에도 향수 시장은 성장세다. '제4의 패션'으로 불리는 향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취향을 표현하는 MZ(밀레니얼+Z)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조향사 특유의 세계관을 담아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고가 향수 브랜드인 니치 향수도 대중화됐다. 경기 침체에 소비가 위축됐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고가 브랜드 제품을 소비하려는 이른바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확산한 결과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12개 해외 향수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자체 온라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에서 전년(2022년) 대비 11% 늘어난 21만병의 니치 향수를 판매했다.

향수 한 병당 평균 용량 75mL 기준으로 환산하면 총 1만6000L가 판매된 셈이다. 대한민국 20∼30대 인구인 1270만명이 한 사람당 13번씩 뿌릴 수 있는 분량이라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설명했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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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바이레도'를 들여온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산타 마리아 노벨라', 2017년 '딥디크' 등 굵직한 니치 향수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통상 한 병에 20만~40만원대 고가인 니치 향수 특성상 매출 증가폭은 이를 웃돌았다.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 니치 향수 매출 증가율은 42%에 달했다.

이 회사의 니치 향수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고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착용이 늘어나자 색조 화장품이 타격을 입은 대신 '스타일의 완성'으로 향수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2020년 매출은 496.9%나 폭증했다. 이듬해에도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가 64.9%, 2022년에도 44.8%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약 5317억원에서 지난해 9213억원으로 73.3% 급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장이 급격히 커져 2021년 7000억원대(7019억원)로 불어난 이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니치 향수 시장이 급성장했다. 니치 향수가 포진한 프리미엄 유니섹스 향수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 1138억원에서 지난해 3467억원으로 약 3배 불어났다.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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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향수 구입처인 백화점 업계도 꾸준히 매출이 신장하는 흐름을 보였다. 일례로 현대백화점에서는 향수 매출이 2021년 43.8%, 2022년 28.8%, 지난해 19.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기간 과시 소비와 함께 고가 브랜드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템을 통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채우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사진=롯데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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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스몰 럭셔리 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집계됐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스몰 럭셔리 시장 규모는 2022년(달러화 기준) 전년보다 26% 증가해 같은 기간 일본(20% 증가)보다 성장률이 높았고, 증가세가 꺾인 중국(13% 감소)과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후양 유로모니터 헬스&뷰티 아시아 인사이트 매니저는 "한국은 주요 아시아 국가 중 스몰 럭셔리 시장 성장세가 가장 컸다. 야외 활동이 재개되면서 프리미엄 제품, 특히 색조, 향수 제품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