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시절 '악마'라고 비난했던 교황과도 만날 듯
'친서방' 아르헨 밀레이, 내달 이스라엘·바티칸 방문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밀착 행보를 보이는 하비에르 밀레이(53)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다음 달 이스라엘과 바티칸을 방문할 예정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홀로코스트 추모기념관에서 열린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1월 27일) 기념행사에 참석해 "저는 이스라엘 성지를 찾아 두 나라 간 새로운 형제애의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 소셜미디어에서 생중계한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맹비난과 함께 11명의 아르헨티나 국적자 등 가자지구에 억류된 100명 넘는 인질의 석방을 촉구한 뒤 "우리는 이스라엘과 외교적, 상업적, 우호적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텔람통신과 일간 클라린은 밀레이 대통령이 다음 달 6일께 텔아비브를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데 찬성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스라엘의 동맹국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그는 최근 "(유대교 율법서인) 토라(구약성경 중 모세 5경)를 공부하는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유대교로의 개종을 고민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대통령 취임을 앞둔 지난해 11월에는 유대교 종파 '루바비치 운동'의 7대 지도자였던 랍비 메나헴 멘델 슈니어슨(1902∼1994) 묘소에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랍비 메나헴 멘델 슈니어슨을 자신의 영적 지도자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아르헨티나의 유대인 커뮤니티는 25만 명 규모로, 중남미에서 가장 많다.

밀레이 대통령은 또 이스라엘에 이어 바티칸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날 예정이라고 클라린은 보도했다.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자국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악마'나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던 밀레이 대통령은 최근 깍듯한 표현과 함께 모국에 교황을 초청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화해 제스처를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