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수요 줄어들자, 동반하락한 리튬 가격 [원자재 포커스]
中 전기차 수요 줄어들며 리튬 수요도 감소
1년 새 80% 하락
리튬 최대 생산국인 호주 직격타
칠레 아타카사막의 리튬 광산. 사진=연합AFP
칠레 아타카사막의 리튬 광산. 사진=연합AFP
최근 국제 리튬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하락한 여파로 리튬 수요도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자재시장 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MI)를 인용해 국제 리튬 가격이 1년 새 급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MI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t당 1만 320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1년간 80%나 가격이 내려갔다. 2020년 이후 최저치다.
中 전기차 수요 줄어들자, 동반하락한 리튬 가격 [원자재 포커스]
탄산리튬의 가격이 t당 약 6000달러까지 떨어졌던 2019~2020년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리튬 채굴업체 입장에선 낮은 수익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비용 부담이 더 켜졌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수요의 17%에 해당하는 규모인 탄산리튬 20만t이 초과 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감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튬 가격이 하락해 직격타를 맞은 곳은 호주다. 세계 리튬 공급량의 40%를 제공하는 호주의 정치·경제계에서는 리튬 가격 하락 폭과 속도로 인한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중 하나인 호주의 앨버말은 올해 자본투자 규모를 지난해 21억달러에서 16억달러(약 2조1400억원)로 줄이고 감원을 시행했다. 호주 북부에서 주로 생산하는 기업 코어 리튬은 가격 폭락에 생산을 중단하고 재고 가공에만 주력하기 시작했다.

메들린 킹 호주 자원 장관은 지난 18일 리튬뿐만 아니라 지난해 43%나 폭락한 니켈이 자국 광산업체들에 미칠 피해를 논의하기 위한 비상 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판매가 둔화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완성차업계에서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을 선점했던 중국 전기차 업계가 고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22년 중국 전기차 판매는 84% 증가한 540만대였지만 지난해 증가율은 25%에 그쳤다.

한 리튬 채굴업체 대표는 마켓워치에 "전기차 수요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며 "높은 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성장세가 꺾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완성차업계에선 2025년에 전기차 평균 판매가격과 내연기관차 판매가격이 같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수요 둔화로 전기차 시장이 더디게 성장하면서 이 시점이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서 중국 광산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자재 가격 분석업체 패스트마케츠의 상품시장 이사 윌리엄 애덤스는 "중국이 지난 2021~2022년 리튬 가격이 급등했을 당시 빠르게 대처했다"며 "이번을 시장을 더 넓힐 기회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리튬은 작은 수요나 공급의 변화에도 민감하다. 따라서 가격 변동성이 심할 때 취약하다"면서 "그러나 현재의 낮은 가격에 맞춘 공급량 조정을 볼 때 올해 하반기에는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