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일부 시청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작품의 역사왜곡 전개에 항의하며 트럭시위를 하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일부 시청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작품의 역사왜곡 전개에 항의하며 트럭시위를 하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일부 시청자들이 역사왜곡 전개에 항의하며 트럭시위를 벌였다.

26일 오전 9시부터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신관 앞에서 "역사왜곡 막장전개, 이게 대하사극이냐? 원작 핑계로 여론을 호도하지 마라"는 문구가 담긴 트럭시위가 시작됐다.

트럭시위 기획자는 "최근 '고려거란전쟁'의 상식 밖의 전개와 역사왜곡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트럭시위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럭시위 진행목적으로 "KBS는 수신료의 가치 실현을 위해, 대하드라마 제작을 공영방송의 책임(의무)로 여러 번 내세운 바 있다"며 "'고려거란전쟁' 역시 방영 전부터 이러한 책임감과 꼼꼼한 고증을 통한 드라마 제작을 공언했고, KBS 대하사극은 여타 순수창작물과는 다소 그 결이 다르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하사극 역시 창작물인 만큼 각색과 픽션의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창작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하나 그 개입과 설정이 보편적인 역사적 상식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최근 '고려거란전쟁'은 멀쩡히 있는 당대 고려사의 기록과 달리, 신하 강감찬을 찾아가 목을 조르려는 현종, 개경 시내에서 말을 타다 낙마하는 현종, '고려거란전쟁'의 타이틀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가상의 궁중암투, 말도 안 되는 호족비밀결사체 등의 선 넘는 각색과 픽션으로 KBS 스스로가 정한 대하드라마의 가치를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트럭시위의 목적은 비상식적인 극본 집필과 연출을 진행한 이정우 작가, 전우성 PD 그리고 본인들 스스로가 공언한 대하사극의 가치를 훼손한 KBS를 규탄하고자 하는 것에 첫 번째 목적이 있으며, 또다시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번 사태의 논점은 원작의 반영 문제가 절대 아니다"며 "제작진과 원작자 간의 분쟁은 양측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번 사태의 논점은 원작 소설을 반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멀쩡히 있는 고려사의 내용을 뛰어넘는 비상식적인 각색과 픽션"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려거란전쟁'은 방영 초반 높은 완성도, 꼼꼼한 역사 고증으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고려의 세종'으로 불리던 현종을 무능한 '현쪽이'(금쪽이가 된 현종)로 지속해서 묘사돼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후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작가까지 나서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역사왜곡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는 글을 게재하면서 갈등이 가중됐다.

이후 연출자인 전우성 감독은 자신의 SNS에 길 작가와 원작, 자문 계약은 "꼭 필요한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해보고자 맺은 것"이라며, 길 작가가 "이정우 작가의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기 소설과 '스토리 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하였고 여러 차례 자문에 응해 달라고 요청하였지만 끝내 고사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대본을 집필한 이정우 작가 역시 "(길 작가의 소설을) 원작 계약에 따라 원작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이 소설은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태동시키지도 않았고 근간을 이루지도 않는다"며 "이 드라마의 작가가 된 후, 원작 소설을 검토하였으나 저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때부터 고려사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설계했다"면서 '고려거란전쟁'이 별도의 작품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길 작가는 이 작가가 "자신을 보조작가 취급을 하며 페이퍼 작성을 요구했다"고 폭로하는가 하면, "제가 2022년 6월경 처음 참여했을 때 확실히 제 소설과 다른 방향성이 있더라. 그 방향성은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이 돼 현종과 대립하며 거란의 침공도 불러들이는 그런 스토리'였다"고 적으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