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진은숙. (c) Rui Camilo
작곡가 진은숙. (c) Rui Camilo
한국 작곡가 진은숙(63)이 ‘클래식 음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폰지멘스 음악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인이 이 상을 받는 건 그가 처음이다.

▶▶▶(예술인 DB) 진은숙=2004년 음악계의 노벨상 '그라베마이어상'을 차지한 세계적인 현대음악 작곡가

독일 에른스트폰지멘스재단과 바이에른예술원은 25일 진은숙 작곡가를 에른스트폰지멘스 음악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상금은 25만유로(약 3억6000만원)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 중인 진은숙은 이날 “제2의 고향인 독일에서 이렇게 중요한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전에 수상한 어떤 상보다 이 상을 받는 것을 더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에른스트폰지멘스 음악상은 독일 에른스트폰지멘스재단의 이름으로 바이에른예술원이 수여하는 상이다. 클래식 음악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기에 노벨상과 필즈상에 비유된다. 작곡, 지휘, 기악, 성악, 음악학 분야를 통틀어 해마다 한 명을 시상한다. 인류 문화에 대한 기여도가 수상자 선정 기준이다.
진은숙, 또 해냈다…'클래식계 노벨상'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 수상
역대 수상자 명단은 화려하다. 작곡가로는 ‘전쟁 레퀴엠’ 등을 쓴 벤저민 브리튼과 ‘투랑갈릴라 교향곡’으로 유명한 올리비에 메시앙을 비롯해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 죄르지 리게티, 한스 베르너 헨체 등 20세기 대가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레너드 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등 지휘계 거장들도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와 안네소피 무터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알프레트 브렌델, 루돌프 제르킨 등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이 상을 받았다.

진은숙은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이후 독일로 건너가 함부르크음대에서 죄르지 리게티를 사사했다. 2004년 첫 번째 바이올린협주곡으로 그라베마이어상을 받으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쇤베르크상(2005년), 모나코 피에르대공 작곡상(2010년), 시벨리우스 음악상(2017년), 크라비스 음악상(2018년), 바흐 음악상(2019년), 레오니소닝 음악상(2021년) 등 국제적 권위의 상을 휩쓸었다.

세계 정상급 악단이 줄지어 그의 작품 초연에 나섰다. 2022년 런던심포니는 그의 바이올린협주곡 2번을 세계 초연했다. 지난해엔 사이먼 래틀 지휘의 베를린필하모닉과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협연한 바이올린협주곡 1번 등을 포함한 음반 ‘베를린필 진은숙 에디션’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외에 뉴욕필하모닉, 시카고심포니,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등이 그의 작품을 조명했다.

베를린 도이체심포니 레지던스 작곡가(2001년),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작곡가(200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임작곡가(2006년), 영국 필하모니아 예술감독(2010년) 등을 지낸 진은숙은 2022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은숙 과거 인터뷰) 진은숙 예술감독 "통영국제음악제, 경계를 넘는 음악 들려드리겠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