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고도 위대한 발명품 7가지, 우주선도 스프링없으면 못 난다 [서평]
아찔하게 높은 건물부터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지구 밖으로 날아가는 우주선까지 현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들은 우리를 단숨에 압도하고 만다. 그러나 아무리 거대하고 복잡한 기술이라도 시작은 나사나 못, 바퀴 처럼 아주 작고 단순한 것들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 '더 샤드'를 설계한 주목받는 구조공학자 로마 아그라왈은 <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에서 거대하고 복잡한 현대사회를 떠받치는 가장 작고 단순한 7가지 발명품을 소개한다. 못과 바퀴, 스프링, 자석, 렌즈, 끈, 펌프 등이다. 이 책의 원서 제목은 '넛츠 앤 볼츠(Nuts and Bolts)'. 어떤 대상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요소를 일컫는 관용 표현이다.
단순하고도 위대한 발명품 7가지, 우주선도 스프링없으면 못 난다 [서평]
책은 단순해보이는 발명이 어떻게 인류의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못의 발명은 현대적인 고층 건물로 이어졌다. 못이 존재하기 전까지 인류는 바위를 깎아 동굴을 만들고, 개울 위에 통나무를 쓰러뜨려 다리를 만드는 식으로 단일한 재료만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못이 발명되면서 서로 다른 두 물체를 연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오늘날 건물을 비롯해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사물은 서로 다른 부품과 재료가 결합한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의 모든 이음새마다 얼마나 많은 못이 숨겨져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밖에 자석의 발견은 전 세계를 잇는 인터넷으로 이어졌다. 도자기를 빚는 물레에 쓰였던 최초의 바퀴는 우주 탐험을 가능하게 한 우주선을 탄생시켰다. 렌즈가 없었다면 눈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을 탐구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며, 셀 수 없는 사람을 살린 생명공학의 발전도 어려웠다.
단순하고도 위대한 발명품 7가지, 우주선도 스프링없으면 못 난다 [서평]
저자는 인류의 삶을 바꾼 발명품을 내놓은 이들의 열정과 노력에도 주목한다. 특히 서구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동양의 과학자와 여성 엔지니어의 활약을 조명한다. 공식적인 특허를 받지는 못했지만 텔레비전의 아버지라 추앙받는 일본의 발명가 다카야나기 겐지로, 식기세척기의 원형을 발명한 여성 엔지니어 조지핀 코크런, 이민자 가정의 여성 화학자 스테퍼니 퀄렉 등을 소개한다.

많은 이들이 공학을 딱딱하고 어려운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공학이 꼭 거대한 규모의 산업이나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 혁신으로만 설명 가능하다는 선입견을 깨부순다. 둥근 머리와 뾰족한 끝을 가진 단순한 모양의 못에서 출발해 너트와 볼트로 발전하고 그것이 다시 건물로 탄생하는 것처럼, 공학의 마법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는 책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