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 신중…전문가 "청소년 모방심리·과시욕 기인"
차 끌며 라이브에 주차장 소화기 난사도…막 나가는 촉법소년
최근 초등학생이 아빠 차를 끌고 라이브 방송을 하거나 중학생들이 주차장에서 소화기를 난사하는 등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들의 일탈행위가 반복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인천 남동경찰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A(13)군 등 2명을 법원 소년부에, B(14)군 등 3명을 검찰에 각각 송치할 예정이다.

A군 등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지에서 4차례에 걸쳐 소화기 분말을 뿌려 차량 41대 등에 피해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시 A군 등은 주차된 차량을 향해 소화기 분말을 뿌리면서 뛰었고 다른 일행은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을 하거나 범행 장면을 구경했다.

이들은 경찰에서 "장난삼아 재미로 소화기 분말을 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당초 A군을 비롯한 11명을 수사선상에 올렸으나 이 중 5명이 범행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보고 송치를 결정했다.

앞서 인천에서는 지난 1일 연수구 송도동 일대에서 무면허로 번갈아 가면서 13km가량 승용차를 운전한 초·중생 2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중 초6인 C(12)군은 아버지의 차 열쇠를 들고나온 뒤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D(15)군에게 연락해 함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무면허 운전을 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영상에는 시속 100km 가까이 가속하는 모습과 함께 "100km야 밟지 마, 엔진 터진다고 미친 XX야"라고 욕설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들 사건에서 A군과 C군 등 3명은 만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여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들은 소년법상 만 10∼14세 미만인 촉법소년에 해당해 법원 소년부에 송치되면 감호 위탁, 사회봉사 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1∼10호까지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정부는 촉법소년 범죄가 갈수록 늘며 흉포화하고 있다는 여론이 일자 2022년 12월 촉법소년 연령을 기존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반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촉법소년 연령기준 현실화의 쟁점' 보고서에서 "연령 조정을 통한 형사처벌의 확대는 소년범죄 발생의 근본적 원인에 대응하는 실효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견해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밝히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경찰에 따르면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2018년 7천364건, 2019년 8천615건, 2020년 9천606건, 2021년 1만1천677건, 2022년 1만6천435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디지털미디어와 SNS 활성화에 따라 청소년들이 범죄 행위를 과시하거나 모방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일탈 행위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요즘은 SNS상에서 이런 모습들이 무분별하게 퍼지며 모방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며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SNS로부터 받는 자극을 제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 행위가 초래할 결과의 심각성을 깨닫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청소년의 호기심과 에너지를 해소할 수 있는 건전한 놀이시설도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청소년 범죄는 대부분 집단적이고 우발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SNS 이용과 맞물려 이런 성향들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모방을 부추기는 유해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별로 공문을 보내 학생 비행 예방교육과 준법교육 등을 안내하는 한편 관련 학교들에 선도위원회 운영을 지원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