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전략 패키지 채택…사실상 러·중 겨냥
EU, 반도체·AI 등 민감기술 투자·수출 통제 추진
유럽연합(EU)이 EU의 이익이나 세계 안보를 해치는 회원국의 역외 투자를 구체적으로 모니터링해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품은 EU 차원에서 조치하기로 했다.

외국인의 역내 투자도 마찬가지로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5개 이니셔티브로 구성된 경제안보전략 패키지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EU가 포괄적 경제안보전략을 수립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U는 지난해 6월 이같은 구상을 담은 통신문(communication)을 채택하고 구체적인 정책과 그에 필요한 입법을 논의해왔다.

EU는 회원국들에 해외투자의 단계별 위험 분석 절차를 제안했다.

여기에는 3개월의 이해관계자 협의와 12개월의 모니터링·평가가 포함된다.

EU 집행위는 위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대응 여부와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다.

EU 집행위는 "특정 기술은 EU와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의 군사·정보 능력을 강화하는 데 쓰일 경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동의 위험 평가를 위해 EU 차원의 자료와 증거 수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첨단 전자제품과 독극물, 핵·미사일 기술 등 군사적으로도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dual use) 물품은 현재 회원국마다 제각각인 수출통제를 EU 차원에서 통합할 방침이다.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긴장으로 이중용도 물품에 대한 효과적이고 일관된 접근이 필요해졌다고 보고 수출통제를 조율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EU의 안보와 공공질서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심사할 회원국별 규정을 조화롭게 손보도록 권고했다.

모든 회원국이 반드시 심사해야 할 범위도 정하기로 했다.

EU는 이밖에 이중용도 물품을 비롯한 각종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EU 집행위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기술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 EU의 경제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5개 이니셔티브를 채택했다"며 "EU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며 가능한 많은 국가와 협력해 경제안보를 증진하는 접근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EU의 경제안보전략은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 대란은 공급망 위기와 함께 EU가 경제안보전략을 구상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3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을 새로운 대중 정책으로 천명했다.

미국은 자국 기술을 쓰는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 칩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과 첨단 반도체, 양자, 생명공학 등 민감한 기술에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유치나 수출통제는 원칙적으로 각 회원국의 권한이어서 실효성 있는 통제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돔브로브스키스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패키지가 약하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더 위험한 거래에 집중하고 위험도가 낮은 부분에는 시간과 에너지를 덜 쓰길 원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