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반발 의식해 속도 조절…2026학년도 방침은 하반기 윤곽
사교육 없는 지역·학교 모델도 발굴…'영유' 수요 흡수할까
'대학 무전공 25% 선발' 추진하되 올해는 사실상 대학 자율(종합)
교육부가 당장 올해 고3 대입부터 수도권 대학과 주요 국립대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 무전공 선발을 재정적 인센티브 지원 요건으로 내걸기로 했다가 한발 물러났다.

준비 기간이 빠듯하다는 대학 현장의 지적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전공 선발 비율을 2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며 강한 의지를 갖추고 추진하되 올해에는 유연성을 발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지역대학, 기관 등이 유아부터 중·고등학생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교육 없는 지역·학교' 발굴에도 나선다.

사교육 없는 지역·학교에서는 영어 유치원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유아 발달 단계상 그동안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유아 영어 수업도 가능할 전망이다.

'대학 무전공 25% 선발' 추진하되 올해는 사실상 대학 자율(종합)
◇ 2025 대입서 각 대학 전공 선택권 확대 노력 정성평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교육부 주요 정책 추진계획 브리핑을 열고 "올해 (대학들의) 전공 자율 선택 범위는 25%를 목표로 추진하되, 이 기준에 미달하는 대학도 준비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정책연구진 시안을 바탕으로 2025 대입에서 전공 배정 방식과 지역, 국·사립대 등 유형에 따라 5∼25% 이상의 학생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선 일정 비율 이상 무전공 선발이 의무였던 셈이다.

그러나 2025 대입에서 대학의 무전공 선발 비율과 상관 없이,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 노력을 정성 평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올해 입시에선 사실상 대학 자율에 맡기는 셈이다.

다만 교육부는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 무전공 선발 비율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가, 이 부총리 브리핑에서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언급하는 등 입장에 다소 변화를 보였다.

아울러 교육부는 ▲ 대학 내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유형 ▲ 계열·단과대 내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유형 등 두 가지 유형별로 무전공 비율을 차등화해 제시한 정책연구진 시안과 달리 무전공 유형의 구분 없이 두 유형을 합쳐 25%를 넘기면 된다고 했다.

학생 전공 선택권 확대 노력 등을 반영해 배분되는 올해 대학혁신 지원사업비는 작년보다 9.9% 늘어난 8천852억원, 국립대학 육성 사업비는 24.9% 증가한 5천722억원 규모다.

교육부가 올해 무전공 비율 확대 의무화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대학 현장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대학 무전공 25% 선발' 추진하되 올해는 사실상 대학 자율(종합)
이 부총리는 "자유전공(무전공) 제도에 대해 물러서는 것은 없다"며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되 추진 방식에 있어서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무전공제의) 전면적인 도입보다는 감당할 수 있는 적정 규모를 고민할 수 있게 정성평가 방식을 유지하고, (학생 선택권 확대를) 잘하는 대학에는 가점을 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초학문 고사 등 우려와 관련해서는 "(무전공 확대 등으로) 융합 역량이 강조되면 기초학문의 중요성이 더 강조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내년 이후 각 대학에 무전공 선발을 일정 비율 이상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는 올해 하반기 결정할 예정이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대학 재정 집행 권한을 중앙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를 내년까지 전국에 도입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까지 시도 내 전담 조직을 설치하기로 했다.

5년간 1천억원을 지원받을 글로컬대학은 올해 하반기 10개 내외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대학 무전공 25% 선발' 추진하되 올해는 사실상 대학 자율(종합)
◇ 사교육 없는 지역·학교 공모…수능 사설 모의고사도 점검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에도 올해 총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올해 3월과 7월 두 차례 지정 예정인 교육발전특구와 연계해 모든 연령에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교육 없는 지역·학교' 공모를 추진한다.

교육청, 지자체, 지역대학, 기관 등이 유아부터 초등학생, 중·고등학생을 위해 구상한 우수 모델을 전폭 지원해 지역·학교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사교육 없는 지역·학교에서는 영어 유치원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유아 단계에서도 원어민이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놀이 중심 어린이 영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수도 있다.

'대학 무전공 25% 선발' 추진하되 올해는 사실상 대학 자율(종합)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아이 발달 단계 때문에 (조기 영어 교육에 대한) 일부 제한이 있었는데, 관련 수요가 있었던 것도 현실"이라며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더 다양화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또 사교육 카르텔을 뿌리 뽑기 위해 '사교육 카르텔·입시 비리 신고센터'를 지속해서 운영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위원 풀을 확충하고, 출제위원을 무작위 선정하는 등 풀 관리에 나선다.

사설 모의고사와 수능·모의평가 문제가 유사하다는 논란이 빚어지지 않도록 사설 모의고사에 대한 기출 문제 검증도 강화한다.

내신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신 기출 문제를 학교가 정한 방법 등에 따라 공개하도록 다음 달 중으로 학교생활기록부 훈령 해설과 기재 요령 개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