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인접 농산물동 상인들 "쌓아놓은 채소·과일, 확인도 못해"
서천군 "설 전 임시 상설시장 마련 계획…지원범위 논의 중"
[현장] 폴리스라인에 막혀 물건도 못 찾은 서천 상인들…지원 호소
"꼬박 이틀간 가게에 못 들어갔더니 너무 걱정됩니다.

채소며 과일이며 한가득 마련했는데 다 상해버리는 건 아닐지…"
24일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에서 만난 농산물 상인 김모(55)씨는 "사과 한 쪽이라도 건져보려고 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수산물동 대형화재로 이날 본격적인 현장 감식이 진행된 가운데, 직접적인 화재 피해가 비껴간 옆 건물 농산물동까지도 경찰 경비가 삼엄해 출입이 불가능했다.

수산물동 횟집에 채소를 공급하고, 설 대목을 앞두고 사과, 배, 귤 등 각종 과일을 잔뜩 들여놨던 상인들은 내다 팔 물건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농산물동 한 상인은 "과일은 2∼3일만 관리가 안 돼도 금방 물러진다"며 "화재현장 보존도 중요하지만 농산물동은 불이 난 건물도 아닌데 아예 막아 버리니 다른데 팔 수도 없고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군청 긴급 지원 대상도 직접적인 피해를 본 수산물동 상인 위주로 논의되며 하루아침에 영업이 막혀버린 이들은 아무것도 못 한 채 냉가슴만 앓았다.

농산물동 상인 30여명은 이날 오전 서천군청 관계자를 만나 농산물동 상인들도 지원 대상에 포함해달라고 호소했다.

[현장] 폴리스라인에 막혀 물건도 못 찾은 서천 상인들…지원 호소
화마에 삶의 터전을 모조리 빼앗긴 수산물동 입점 상인들의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피해 상인 200여명은 이날 오전부터 시장에 모여 서천군청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앞서 피해지원 통합지원본부를 구성한 군은 이날 서천특화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대책보고회'를 열었다.

군은 피해접수, 긴급 지원금 신청을 안내하고, 시장이 재건될 때까지 별도의 임시시장을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다음 달 설날 연휴 영업 관련해선 특화시장 대형버스 주차장 등에 몽골 텐트 등을 활용해 임시로 상설시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상인 동의를 받고 있다.

설 연휴까지 불과 한 달도 채 안 남아 상인들로서도 임시 상설시장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지만, 이미 막대한 피해를 본 이들의 얼굴에는 근심만 가득했다.

재난지원 심리상담센터를 찾은 수산물 상인 정모(58)씨는 "특화시장이 평소에도 주차난이 아주 심해 주차장을 막고 하는 장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 앞두고 킹크랩이며 생선이며 집집이 수백만원어치를 다 들여놨는데 손질도 못 해보고 날려버리니 그냥 너무 먹먹하고 힘들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장] 폴리스라인에 막혀 물건도 못 찾은 서천 상인들…지원 호소
수산물 거래를 위해 화재 당일 시장 앞에 수조차를 주차해 놓았다가 화재 중에 간신히 차를 빼낸 상인 오모(50)씨는 "내겐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차인데 겉이 다 타고, 수조에도 문제가 생겨 수리비만 4천만원이 나올 것 같다"며 "나도 막심한 피해를 보았지만, 특화시장 상인들이 주 거래처인데 장사를 못하게 돼서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천군 관계자는 "수산물동 입점 상인 외에 농산물동 입점 상인 등 다른 분들의 고충과 피해 상황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 감식이 진행 중인 데다 안전 문제로 아직 다른 건물도 상인 접근은 어려운 상황이다.

화재 피해 지원센터를 꾸려 피해 상인 지원 범위와 임시 상설시장 활용 부분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