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관련 항소심 판결에 환영…"노조법 개정 협조하라"
노동계, '원청이 실질적 사장' 판결에 "노란봉투법 정당성 확인"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원청업체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오자 노동계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이 확인됐다고 환영했다.

24일 서울고법은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와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하며 제기한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중노위 손을 들어줬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하진 않지만,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고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사용자이기 때문에 작업환경 개선과 노동시간 결정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단체교섭에 나서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동계는 즉시 환영했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은 "원청 택배사는 택배기사에게 형식적 계약 주체인 대리점 소장과 교섭하라고 주장해왔지만, 대리점은 집배송 수수료 일부를 걷어 운영해 자체 수익구조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정이 이러니 작업환경에 대한 자그마한 사안도 원청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못한다"라며 "이런 현실을 반영해 노조는 실질적 지배력과 권한을 가진 원청에 단체협상을 요구해왔고 오늘 노조 주장이 옳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CJ대한통운에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오늘 판결을 수용해 즉시 택배노조와 단체교섭을 진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만약 상고한다면 '교섭 응낙 가처분신청'으로 단체교섭을 강제하는 적극적 조치를 취하고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재입법을 추진할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법 2조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폐기된 노란봉투법은 여기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한국노총은 "정부와 여당은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로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노조법 2·3조 개정에 협조하라"라며 "법과 원칙을 노동자·노조 탄압에만 쓸 것이 아니라 불법·부당한 사용자 행위에도 적용해야 의미를 찾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도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판결은 개정 노조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부당함을 명백히 밝혔다"라며 "간접고용 노동자와 특고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원청교섭 요구 투쟁을 전개하고 노조법 개정을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