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천지 차이"…기묘한 광경으로 눈길 끄는 '눈꽃 성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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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괴물의 머리맡을 스쳐
1661m 얼음왕국으로 간다
더 늦기 전에 가야 할 눈꽃여행
'아이스 몬스터'가 사는 일본 도호쿠
눈과 얼음, 고산목의 질긴 생명력이 만드는 기적
아이스몬스터 사이를 8㎞ 활강하는 스키 천국
유황향 가득한 산성온천 성지
1661m 얼음왕국으로 간다
더 늦기 전에 가야 할 눈꽃여행
'아이스 몬스터'가 사는 일본 도호쿠
눈과 얼음, 고산목의 질긴 생명력이 만드는 기적
아이스몬스터 사이를 8㎞ 활강하는 스키 천국
유황향 가득한 산성온천 성지
!["한국과 천지 차이"…기묘한 광경으로 눈길 끄는 '눈꽃 성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848639.1.jpg)
인간 세계를 향해 행군하던 괴물들이 순식간에 얼어붙은 것 같이 기묘한 광경. 어느 틈엔가 이 장관에는 '아이스 몬스터(얼음 괴물)'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나하나의 모습이 다 다르고, 날씨와 기온에 따라 시시각각 형상이 변한다.
!["한국과 천지 차이"…기묘한 광경으로 눈길 끄는 '눈꽃 성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848640.1.jpg)
저 멀리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시린 바람 소리만 간간이 귀를 할퀼 뿐 얼음괴물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소리 없는 아우성은 자극적이면서 몽환적이다.
수빙은 도호쿠지방 산간지대의 고산목이 얼어 붙으면서 만들어 내는 자연현상이다.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상고대와 생성 원리는 비슷하지만 외형은 천지 차이다. 상고대가 갸느리고 처연하다면 수빙은 거대하고 위압적이다.
!["한국과 천지 차이"…기묘한 광경으로 눈길 끄는 '눈꽃 성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848641.1.jpg)
아오모리 분비나무는 도호쿠지방의 산간지대에서 볼 수 있는 침엽수다. 높이 40m, 직경 1m 까지 자란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온 계절풍이 동해를 지나면 수증기를 머금은 눈구름을 만든다. 이 눈구름이 혹한의 도호쿠 산악지대에 도달할 무렵이면 눈과 얼음이 뒤섞인 형태가 된다. 강한 북서풍이 눈과 얼음 가루를 흩뿌리면 아오모리 분비나무의 잎에 얼어붙어 수빙이 된다. 겨울이 깊어지고, 눈이 쌓일수록 수빙의 몸집은 더 우람해진다.
!["한국과 천지 차이"…기묘한 광경으로 눈길 끄는 '눈꽃 성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848677.1.jpg)
아오모리 분비나무의 수령은 300년. 원래 성장이 느린 나무인데 도호쿠의 가혹한 산악지대에서는 성장이 더 더디다. 1년에 불과 몇 ㎝밖에 자라지 않는 시기도 드물지 않다.
도호쿠에서 가장 유명한 수빙 지대는 야마가타현 자오온천(蔵王温泉)이다. 자오연봉에서는 해발 1400m 지점부터 아오모리 분비나무가 자생한다.
!["한국과 천지 차이"…기묘한 광경으로 눈길 끄는 '눈꽃 성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848680.1.jpg)
산 정상에서는 수빙고원을 산책할 수도 있다. 조명을 밝히는 밤이면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수빙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수빙을 보는 최고의 방법은 스키를 타는 것이다. 자오온천은 일본 최대 규모의 스키장 가운데 하나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산 하나가 아니라 산맥을 통째로 깎아 스키장으로 만들었다. 14개의 코스를 연결하기 위한 로프웨이역만 3개다. 3개의 역에서 4개의 로프웨이 노선이 운행한다. 코스와 코스를 잇는 리프트는 32개나 된다.
!["한국과 천지 차이"…기묘한 광경으로 눈길 끄는 '눈꽃 성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848681.1.jpg)
!["한국과 천지 차이"…기묘한 광경으로 눈길 끄는 '눈꽃 성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848682.1.jpg)
도호쿠의 겨울 여행, 스키 여행의 맛을 북돋우는 건 꽁꽁 얼어붙은 몸을 단숨에 녹여주는 온천이다. 자오온천은 일본 굴지의 강산성 온천이다. 유황향 가득한 산성수에 몸을 담그면 피부 끝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싸르르한 통증. 미식가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복어독을 맛보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자오를 비롯한 도호쿠 지역의 온천은 물을 탕에 가둬두지 않고 원천수를 그대로 흘려보내는 '원천 흘려보냄식源泉かけ流し'이 많다. 수질과 위생은 확실하지만 가죽이 벗겨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의 열탕도 상당수다.
그렇다고 찬물을 섞는 실수를 하진 말자. 겨울 도호쿠에서 제일 흔한게 눈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탕에 새하얀 눈을 한가득 집어넣어 온도를 조절한다. 열탕을 최대한 원천에 가깝게 식힐 수 있는 지혜다.
자오온천만 수빙을 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아오모리현 핫코다산(八甲田山)과 내륙종관철도가 겨울 기차 여행의 멋을 전하는 아키타현 모리요시산(森吉山)에서도 도호쿠 겨울의 신비를 맛볼 수 있다.
◆도호쿠 수빙 보러가는 길
!["한국과 천지 차이"…기묘한 광경으로 눈길 끄는 '눈꽃 성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01.35848683.1.jpg)

센다이에서 JR동일본패스(성인 3만엔)를 이용하면 도쿄와 간토, 도호쿠 전 지역의 신칸센과 JR 일반열차를 5일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도호쿠는 온천팬들의 성지로 불릴 만큼 일본인들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하는 온천이 널렸다.

먹는 사람이 '이제 그만' 할 때까지 한 입 분량의 소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완코소바와 일본식 냉면, 일본식 자장면 등의 발상지인 '일본 면의 수도' 모리오카(盛岡), 지구상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스포츠 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고향 하나마키(花巻)는 반나절 코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