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투자등급 회사채 금리 5.34%…작년 11월 중순 6%대보다 내려
연초 미국 우량회사채 발행 203조원…"금리하락·불확실성 영향"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올해 들어 미 우량기업들이 200조원이 넘는 기록적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정보업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올해 들어 18일(이하 현지시간)까지 미국의 투자 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가 1천530억 달러(약 203조원)를 기록, 적어도 1990년 이후 동기 대비 가장 많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전했다.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진 금리에 채권을 발행하려 하고, 투자자들도 연내로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 신규 채권을 매수하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현재 투자 등급 회사채 금리는 5.34% 정도로, 지난해 말보다는 높지만 6%를 넘겼던 11월 중순보다는 크게 낮다.

게다가 신용 스프레드(미 국채와 회사채 간의 수익률 차이)도 1.01%포인트로 최근 2년 중 가장 작다는 게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설명이다.

통상적으로 1월에 회사채 발행이 많기는 하지만 올해 발행 규모가 특히 두드러지며, 기업들이 금리 하락을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베스코 채권의 맷 브릴은 "불과 몇 달 전보다 회사채 발행 금리가 매우 저렴하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의 리처드 조그헤브는 "우량 회사채 시장이 불타고 있다"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회사채 발행 필요성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많은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미뤘다는 것이다.

LSEG 집계상으로 올해 회사채 발행의 3분의 2 이상이 은행·금융기관에 의해 이뤄졌으며 JP모건(85억 달러), 웰스파고(80억 달러), 모건스탠리(67억5천만 달러) 등 대형 투자은행들도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비금융권에서는 에너지업체 에너지트랜스퍼(30억 달러), 천연가스 생산업체 EQT(7억5천만 달러) 등이 있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향후 발표될 경제 지표에 따라 현재 긍정적인 분위기가 바뀔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이 지표 발표에 앞서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모으려 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웰스파고의 모린 오코너는 "현재로서는 모두가 연착륙 시나리오를 믿고 있으며 가격에 완전히 반영된 것 같다"면서 "그런 만큼 단기적 변동성 요인에 대한 불안이 일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추가 금리 하락을 기다리기보다는 당장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게 낫다는 기업 재무 담당자들도 많다.

한 시장 관계자는 "금리 10∼15bp(1bp=0.01%포인트)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고 해서 해고되는 재무 담당자는 없겠지만, 자금을 조달하지 않다가 몇 달간 시장이 멈춰버리면 해고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