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3년 넘게 계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1심 재판 결론이 이번주 선고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오는 26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개최한다.

이 회장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과 함께 2020년 9월 기소된 지 3년 4개월여만이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계획적으로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회계부정·부정거래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이후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 참모 조직인 미전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이 이뤄졌다고 봤다. 그 결과 삼성물산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들을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을 지시 또는 공모자로 지목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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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회장은 2017년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도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고 수감됐으나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복권됐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진행 중에 부당 합병 의혹 사건으로 별도 기소되면서 경영활동에 복귀한 이후에도 지난해 11월까지 1∼2주에 한번 꼴로 법원에 출석하며 재판을 받아왔다.

이 회장 측은 당시 합병이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고 합병 후 경영실적이 개선됐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수사기록만 19만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사건인 탓에 법정 공방이 장기화하면서 재판은 3년 넘게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을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하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하고,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두 회사(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이 지배구조 투명화와 단순화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검사의 주장처럼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다른 주주를 속인다든가 하는 의도가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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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