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선보인 '투명 마이크로 LED'에 들썩…대중화 앞당길까

'최상의 화질' 마이크로 LED, 높은 가격이 관건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세계 최초로 투명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선보임에 따라 마이크로 LED의 대중화 시대가 열릴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그간 마이크로 LED를 이용해 만든 TV가 대당 1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여서 수요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기술 발전에 따른 단가 하락과 수요 확보 등이 여전히 관건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삼성 퍼스트룩 2024' 행사에서 세계 최초로 투명 마이크로 LED 시제품을 공개했다.

아직 제품화 단계가 아닌 데다 삼성전자가 상용화 시점은커녕 투명도조차 밝히지 않았지만, 현장에 모인 전 세계 취재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LED가 촘촘하게 배치돼 백라이트나 컬러 필터 없이 스스로 빛과 색을 내 최상의 화질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스스로 빛을 낼 수 없어 백라이트가 필요한 액정표시장치(LCD)와 달리 마이크로 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다.

또 유기물을 기반으로 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달리 무기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뛰어나고 소위 말하는 번인(화면 잔상) 현상에서 자유롭다.

가정용과 산업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베젤(테두리)이 없는 모듈러 방식이어서 다양한 공간에 적합한 형태와 크기, 비율로 화면을 맞춤 제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말 그대로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크기의 LED 칩 수십만개를 글라스 기판 위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배치해야 하므로 생산 난도가 높아 출고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아직 대중화의 길은 요원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작년 출시한 89형 마이크로 LED TV의 경우 출고가가 1억3천만원이었다.

여기에 투명 기술까지 더한 투명 마이크로 LED의 가격은 초고가에 형성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 LED 시장의 개화와 대중화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투명 마이크로 LED 개발에 성공한 것 자체에 의의를 두는 모습이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마이크로 LED는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로 오기에는 아직 어려운 가격대"라며 "우리도 100인치 이상에만 집중하고 있고, 그 이하에서는 올레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2020년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 'LG 매그니트'를 처음 출시한 데 이어 리테일 매장, 회의실, 버추얼프로덕션 등 주로 기업간 거래(B2B)용으로 선보이고 있다.

박 본부장은 "투명 마이크로 LED는 아직까지는 B2C가 아니라 B2B 영역이라고 본다"면서도 "기술 발전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계속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LG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장(전무)도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마이크로 LED는 잠재력이 있는 건 맞는데 비용을 추가 지불하면서 휘도(밝기)를 올릴지는 고민"이라면서 "비용을 올리면 제품은 좋아지지만, 그만큼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이익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의 가격을 낮출 요인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마이크로 LED를 처음 한지 4년 정도 지났는데 재료비가 3분의 1로 떨어졌다"며 "제품화되면 가격이 많이 내려간다"고 말했다.

가격을 낮추는 방안으로는 마이크로 LED를 양산할 수 있는 시설 투자를 늘려 생산 단가를 낮추는 방법과 마이크로 LED 시장을 키워서 수요를 늘려 재료비를 낮추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 부회장은 "LCD도 처음 나왔을 때는 40인치 가격이 9천999달러였다"면서 "기술 발전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고 소비자 니즈(요구)에 따라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회장은 "투명 디스플레이가 LCD부터 있었는데 투명한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제품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OLED를 거쳐 마이크로 LED로 오면서 상용화 수준까지 왔다"면서 "B2B를 많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 LED가 고화질을 요구하는 확장현실(XR) 기기나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중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마이크로 LED 패널 예상 출하량은 29만대로, 이중 스마트워치 비중이 99.8%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에는 마이크로 LED 패널 출하량이 184만9천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