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부, 파키스탄에 다시 경고장…불과 이틀만에 '무력충돌' 국면
남아시아 번진 불똥에 확전 우려 고조…바이든 "상황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유엔 사무총장 "자제 촉구"…중국 '중재자' 자처
이란, 파키스탄 보복공습에 "용납 못해"…꼬여가는 세계정세
이란이 18일(현지시간) 접경국 파키스탄의 맞불 공습에 "용납 못한다"고 다시 경고장을 날리면서 불과 이틀 만에 '보복에 보복'을 주고받는 분쟁 국면으로 전환됐다.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이어 남아시아에서도 무력 충돌이 터지면서 세계 정세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앞서 국경 지대를 때린 파키스탄의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란은 국민과 영토 수호를 레드라인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그간 국경을 맞대고 커다란 충돌 없이 지내온 양국이 단 이틀 사이에 담장 너머로 미사일을 주고받는 충돌 국면으로 치닫게 됐다.

이란이 지난 16일 파키스탄 내 반이란 수니파 무장조직 '자이시 알아들' 근거지에 미사일을 터트리자 파키스탄은 이틀만인 18일 이란을 보복 타격해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9명이 숨졌다.

이란의 선제 타격은 지난 3일 터진 '국민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추도식 테러에 '응징'으로 파키스탄 내 반이란 조직을 때린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제 남아시아로도 번진 불똥이 자칫 '세번째 전쟁'으로 이어질까 초긴장 상태다.

중동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을 이끌며 가자지구 전쟁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여기에다 이란이 파키스탄을 때린 것은 표면적으로는 반이란 조직을 표적 타격한 것이지만 자칫 이슬람 양대 종파인 시아파와 수니파 갈등으로도 불씨가 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과 파키스탄이 주고받은 군사 공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양측이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파키스탄과 전략적 군사 동맹인 미국도 즉각 진화 노력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파키스탄의 대이란 공습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란이 그곳에서 특별히 호감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이 이란과 파키스탄 상황이 어떻게 될지 파악하려 하고 있다면서도 "그것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우리는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상황 악화를 보길 원치 않는다"고 밝히고, 파키스탄과 이란은 잘 무장된 나라들이라면서 "우리는 파키스탄 당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은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착해왔으나 중동, 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미국의 전폭적 군사 지원을 받아왔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이것이 어떤 상황으로든 치닫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면서 "파키스탄은 미국의 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미국이 파키스탄을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새로운 정보가 없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그는 또 파키스탄이 이란 타격을 사전에 미국에 알렸다는 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란, 파키스탄과 각각 경제적으로 밀착해온 중국은 양국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진정으로 양국이 냉정함과 자제력을 유지해 긴장 고조를 막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양국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사태의 진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양국과 우호적 관계인 러시아도 사태가 악화하는 것은 "역내 평화·안정·안보에 관심이 없는 이들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다만 이란과 파키스탄이 상황 악화로는 치닫지 않기 위한 여지를 남겨놨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 외무부는 이날 테헤란 주재 파키스탄 외교관을 초치해 항의하면서도 성명에서는 양국 사이에 "우호적 이웃 관계와 형제애 정책"을 유지하겠다며 일단은 선을 유지했다.

이란, 파키스탄 보복공습에 "용납 못해"…꼬여가는 세계정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