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사업환경 갖춰야 자본 움직여…기술지원·보조금 등 고려해야"
다보스서 신흥국 탄소감축 논의…"옳은 사업도 성공 보장 못해"
전 세계 정·재계와 학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등 신흥국의 탄소 배출량 감축 사업 방향이 논의됐다.

다보스포럼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의 국제회의장에서 토론 세션인 '탈탄소 신흥시장'을 열고 신흥국 내 재생에너지 전환 사업을 비롯한 탄소 감축 방안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토론이 신흥국에 초점을 둔 것은 전 세계의 기후 위기 대응 과정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전 지구적 탄소 감축 노력이 성과를 내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산업구조를 바꿔주고 재생에너지 사업을 키우는 데 국제사회가 협력하는 일은 누구나 공감할 일이지만 이윤 없이는 자본이 움직이기 어려운 글로벌 시장경제 구조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지를 전문가들은 궁리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 그룹 회장은 "시장에서 옳은 일이라고 해서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탈탄소라는 인류 공통의 목표를 위한 사업이라도 수익 논리를 따르는 시장에선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윈터스 회장은 민관 협력 등의 형태로 신흥국의 탄소 감축 사업이 활성화하려면 "무엇이 좋은 사업인지에 대한 일관성 있는 기준이 필요하고 일관된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면서 "그래야 자본 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안나 메싱 그로월드 기후기금 대표도 "자본 시장 내에서 신흥국 탈탄소 사업에 투입될 적합한 자본을 찾기는 어렵다"며 "공익 자선사업의 형태로 진행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공익 자선사업이 신흥시장에 들어오려면 안정적인 정책·규제 환경이 마련돼 있어야 하고 사업 허가 절차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며 "여러 지역으로부터 기술지원을 받고 사업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형 사업이 있지만 큰 규모가 될 수 없는 데다 신흥국 경제권에서는 정치적 변수나 부채 부담 등의 리스크를 수반할 수 있다"면서 보조금을 통해 사업의 실효성을 끌어올릴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