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진출은 희망 고문…조별리그 끝나면 짐 쌀 것" 혹평

중국 매체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졸전을 거듭하는 자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해 이례적으로 '아시아 삼류 수준'이라고 직격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中매체, 자국팀 아시안컵 졸전에 "아시아 삼류" 이례적 직격탄
18일 관영 후베이(湖北)일보 산하 극목신문과 남방일보 등 현지 매체는 전날 중국 대표팀이 레바논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절호의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놓치면서 0대0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13일 아시안컵에 처음 출전한 한 수 아래 타지키스탄과의 1차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데 이어 2무 전적을 기록해 8강 진출 목표 달성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3차전 상대인 주최국 카타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다행히 지지 않고 비기더라도 중국이 속한 A조에서 상위 3위 안에 드는 것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 매체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권 밖인 약체팀들과 경기에서 잇달아 비긴 것은 중국이 아시아 삼류 팀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이 운이 좋아 조별리그를 통과해 토너먼트에 진출하더라도 다른 조 1위 팀과 상대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도 중국이 8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8강 진출은 중국 팬의 희망 고문일 뿐 중국 팀은 조별리그를 마치자마자 짐을 쌀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저명 축구 평론가 황젠샹도 조별리그 2차전을 마친 각국의 전력 분석을 통해 "한국과 일본, 이란이 선두 그룹,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이 2위 그룹, 타지키스탄, 레바논, 태국 등이 4위 그룹을 형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3위 그룹은 언급하지 않았고, 중국 팀에 대한 논평도 내놓지 않았지만, 극목신문은 "그가 중국은 3위 그룹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누구나 알 것"이라고 짚었다.

애국심 고취에 축구를 활용해온 중국에서 관영 매체가 자국 대표팀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최근 중국중앙TV(CCTV)가 부패 척결 다큐멘터리를 통해 중국 축구계에 만연한 매관매직, 승부조작, 뇌물수수 등 비리를 고발한 것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이 다큐는 2022년 11월 부패 혐의로 체포돼 당국의 조사를 받는 리톄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00만 위안(약 5억6천만원)의 뇌물을 상납했고,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 뒤 실력이 안 되는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발탁했다고 고발했다.

리톄 감독을 시작으로 축구협회 전·현직 간부 등 중국 축구계 거물들이 줄줄이 사정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라 낙마했다.

일각에서는 아시안컵의 부진한 성적이 중국 축구계에 대한 사정 작업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