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징벌적 상속세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은 ‘부자 감세’라는 프레임에 갇혀 논의를 제대로 진척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유산취득세 논의도 1년째 공전하고 있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현재 유산세 방식으로 부과하는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기재부는 조세개혁추진단에 상속세개편팀을 신설해 이를 검토하고 있지만 1년이 지나도록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산세는 사망한 피상속인의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유산취득세는 이와 다르게 상속인이 실제 물려받은 재산에 세금을 부과한다. 예컨대 60억원의 재산을 3명의 자녀에게 균등하게 물려줄 경우 유산세 방식의 과세 체계에선 60억원에 대해 세금이 결정된 뒤 상속세가 3명에게 동일하게 부과된다. 유산취득세 방식에선 3명이 각각 물려받은 20억원에 대해 세금이 책정된다.

상속세는 과세 대상에 따라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 체계다. 이로 인해 유산세와 유산취득세의 세 부담 차이가 크다. 공제가 없다고 가정할 경우 60억원에 대한 상속세액은 25억4000만원이다.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3명이 나눠 내면 약 8억5000만원씩 세 부담이 생긴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20억원에 상속세를 매기면 세 부담은 1인당 6억4000만원에 그친다. 적용되는 최고세율이 40%로 낮아져 세금 부담이 25%가량 감소한다.

유산취득세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기업인은 경영권 프리미엄에 따른 할증으로 최고세율이 60%로 올라간다.

주요 선진국의 상속세 부과 방식은 대체로 유산취득세 방식이다. 상속세 제도를 운영하는 OECD 24개국 중 20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세금을 물린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