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순이민자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와 당국의 엄격한 통제로 경제적 기회가 줄어든 중산층을 중심으로 중국을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유엔 통계를 인용해 최근 중국을 떠나는 이민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유엔에 따르면 2019년까지 중국의 순이민자 수는 연평균 19만100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늘어 2022년부터 2년 연속 순이민자 수는 31만 명을 돌파했다. 2019년 이후 총이민자 수는 110만 명에 이른다.

이처럼 중국을 등지는 이민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당국의 규제가 있다. 2020년 ‘제로 코로나’를 앞세운 엄격한 통제와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세운 ‘공동부유’(다 함께 잘살자) 정책이 중국 이탈자 행렬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부동산 위기까지 겹쳐 중국 경제가 휘청이자 중국에서 이민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을 떠나는 인구 대다수가 중산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숙련공을 비롯해 중소기업 소유주, 고학력 사무직 등 어느 정도 소득 수준을 갖춘 중산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됐다. 당국의 엄격한 규제로 경제적 기회를 박탈당해 이민 욕구가 가장 큰 계층이다. 이들 대부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인접국으로 건너갔다. 이들 국가는 중국 문화가 자리 잡은 데다 중국 이민자 차별이 덜한 곳이란 이유에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중국을 이탈하는 인구가 급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애플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옮기자 기술을 갖춘 숙련공들도 동남아로 이주하고 있다. 애플은 2022년 공급망에서 인도 협력사를 14곳, 베트남은 19곳 추가했다.

중국 중산층 이민자를 유치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선 중국 국민을 대상으로 비자를 연장해주고 있다. 포르투갈 키프로스 등에선 일정 소득 수준 이상인 중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조건을 완화했다. 일본도 중국 이민자 유치 경쟁에 합류했다. 일본 현지에 500만엔을 투자하는 이민자에게 영주권을 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