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호 투자계약증권 청약이 미달로 종료됐다. 첫 번째 투자계약증권 청약에 이어 두 번째도 발행사가 실권주를 떠안았다. 흥행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다. 새로운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은 토큰증권(ST)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구사마·앤디 워홀도 안 통한다…조각투자 시장 출발부터 '삐걱'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미술품 조각투자 서비스 SOTWO가 이달 12~18일 진행한 앤디 워홀 ‘달러 사인’ 8호의 조각투자 공모가 청약률 86.9%로 종료됐다. 나머지 13.1%는 미청약 물량으로 남았다. 이번 청약의 모집금액은 7억원으로, 발행사가 전체의 10%를 직접 인수했음에도 완판하지 못했다. 서울옥션블루는 미청약 물량을 직접 인수한 뒤 이번 ST 발행을 예정대로 할 계획이다.

앞서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1호 작품으로 ST 청약을 한 아트투게더 역시 17.9%에 달하는 실권주를 떠안았다. 공모 당시 6.5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대금 납입일에 다수의 당첨자가 권리를 포기했다. ‘선 청약 후 납입’ 방식으로 공모를 해 뒤늦게 실권주가 많이 나왔다. 서울옥션블루는 증거금을 100% 납입한 사람에 한해 청약할 수 있도록 방식을 바꿨고, 그러자 청약 단계에서부터 미달됐다.

최근 미술품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게 청약 미달이 잇따르는 원인으로 꼽힌다. 구사마의 호박 1호는 지난해 3월 일본 마이니치옥션에서 66만2968달러에 팔린 뒤 가격이 하락해 최근에는 약 40% 낮은 40만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워홀의 달러 사인 8호도 2021년 11월 영국 소더비스에서 75만달러에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반토막에 가까운 40만달러 선에서 가격대가 형성됐다.

미술품 매매에 수반되는 감정료, 보관료, 운송료 등 거래비용이 높다는 점도 투자자가 청약을 기피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번에 공모한 워홀 작품의 경우 공모금액 7억원 중 작품 매입 비용은 6억2623만원이다. 작품 가격의 약 10%인 7377만원은 매입에 수반되는 기타 수수료다. 팔때도 10% 정도 비용이 든다고 가정하면 작품 가격이 20% 정도는 올라야 투자자가 본전을 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ST 시장 전체를 부정적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술품을 투자 자산으로 다루기가 어려운 것일뿐, 다른 자산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만 수십개 기업이 부실채권(NPL), 지식재산권, 부동산, 조경수목, 한우 등을 기초자산으로 ST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내 ST 장외 시장을 법제화할 계획이고, 한국거래소는 ST 장내 시장 개설을 준비 중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