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까지 저수지 안 얼긴 처음"…낚시용품점·식당 주인 울상 눈썰매장도 개장일 늦추거나 기약없는 휴장 들어가
"17년 장사하면서 1월 중순까지 저수지가 얼지 않은 건 처음이에요…올겨울 장사는 망쳤네요" 청주 내수읍 유호정 낚시터를 운영하는 사장 김순옥(70)씨가 한숨을 내쉬며 물결이 이는 저수지를 힘없이 바라봤다.
청주의 대표적인 빙어 낚시터로 꼽히는 이곳엔 이맘때면 얼음에 구멍을 내 빙어를 낚아 올리는 묘미를 즐기러 오는 수많은 방문객이 꽁꽁 언 저수지에 형형색색의 텐트를 쳐 진풍경이 연출되곤 했지만, 16일 낮 기자가 이 곳을 찾았을 때는 5명만이 교량 위에서 조용히 물 위로 낚싯바늘을 던지고 있었다.
평일에도 낚시객들의 차량으로 장사진을 이루던 입구 도롯가엔 주민들의 차량만 드문드문 주차돼 있었고,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낚시용품 매장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김씨는 "원래는 아들에 알바생까지 동원해서 낚시터 출입구에서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았고, 오뎅과 컵라면도 팔았다"면서 "이제는 집에 틀어박혀 입장료를 이체하지 않고 들어가는 사람이 있는지만 CCTV로 보고 있는 처지가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지난겨울에는 크리스마스부터 빙판 입장을 하게 해 입장료로만 1천만 원은 우습게 벌었는데, 올해는 매출이랄 것도 없는 수준"이라면서 "날씨가 이렇게 원망스러운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여느 해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충북에서 얼음이 얼지 않거나 간신히 얼었던 얼음도 금세 녹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저수지가 얼기 위해선 영하의 온도가 열흘간 지속돼야 하는데 지난달 충북지역의 평균기온은 0.7도로 평년(-0.8도)보다 1.5도 높았다.
특히 청주지역은 2.5도를 기록, 1968년(2.9도)에 이어 두 번째로 기온이 높았다.
기온변동 폭(일평균 기온의 표준편차)은 6.3도로 기상관측 이래 가장 컸다.
기온이 가장 높았던 날(11.3도)과 낮았던 날(-10.4도)의 기온 차는 21.7도에 달했다.
얼음이 얼지 않으면서 진천군 백곡저수지에서 겨울 특수를 노리던 상인들의 사정도 크게 악화했다.
이맘때쯤이면 빙어 낚시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식당과 낚시용품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인근에서 50년째 매운탕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70대)씨는 지난 겨울 4명의 주방 보조원을 썼지만, 올해는 2명만 쓰고 있다.
그는 "평소 같으면 주말 점심시간에 전체 60석이 손님으로 가득 찼는데, 이번 겨울엔 손님이 10분의 1로 급감했다"면서 "겨울에 장사가 가장 잘 되는데, 이렇게 손님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낚시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A(40대)씨는 "지금이 한창 팔아야 할 때인데, 올겨울엔 아무도 찾아오질 않는다"면서 "그러잖아도 경기가 좋지 않아 힘들었는데 날씨까지 돕지 않으니 속이 탄다"고 했다.
눈썰매장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충주시 엄정면의 한 눈썰매장은 지난 1일 개장했다가 따뜻한 날씨에 얼음이 녹아 나흘 만에 문을 닫았다.
지난 12월 말 주민들을 위해 면사무소가 200평 규모로 조성해 무료 썰매 대여소까지 준비했지만, 재개장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제천시 청전동 의림지뜰 눈썰매장은 지난 2일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얼음이 얼지 않아 5일 늦게 개장했다.
지난 15일에도 얼음이 녹아 하루 휴장했다.
이 눈썰매장을 운영하는 제천시체육회 박헌영 사무국장은 "언제 또 얼음이 녹을지 몰라 원래 일주일에 이틀 휴장하기로 했던 계획을 없애고 형편 닿는대로 운영하기로 했다"면서 "기후변화로 눈썰매장의 안정적인 운영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만큼 앞으로는 겨울에 다른 즐길 거리를 준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청주기상지청 관계자는 "당분간 충북지역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높겠다"며 "낮 기온은 영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보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