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게임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벌인 반독점 소송이 마무리됐다. 애플이 대부분 쟁점에서 이겼지만 앱스토어 외부 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매출에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더버지 등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애플과 에픽게임즈가 각각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별도의 기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에픽게임즈는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의 30%에 달하는 앱스토어 수수료를 우회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자 애플은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퇴출했고 에픽게임즈는 2020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이 반독점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0개 쟁점 중 9개에 대해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앱스토어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 쟁점에선 에픽게임즈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유지함에 따라 애플은 앱 개발자들이 앱스토어 외에 다른 결제 시스템을 쓸 수 있게 됐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여러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개발자들은 법원이 판결한 권리를 행사해 미국 고객들에게 더 나은 가격을 웹에서 알려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날 애플이 결제시스템을 통해 수수료 30%를 받아온 만큼 수십억달러의 매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외신들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장 대비 1.23% 하락했다.

앞서 에픽게임즈는 구글을 상대로도 이와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1심에서 배심원단은 전원 일치로 에픽게임즈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단은 “구글이 플레이스토어 결제 서비스를 불법적으로 독점 운영해 에픽게임즈가 피해를 봤다”고 판단했다.

국내 게임업계도 이번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애플 앱이 아니라 외부 시스템으로 결제를 추진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돼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구글과 애플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했다고 보고 최대 6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당장 이렇다 할 변화가 있지는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독점 논란의 쟁점이던 수수료 부과에 대해선 미 법원이 애플 손을 들어줬다”며 “애플과 구글은 외부 결제로도 최대 26%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게임사가 외부 결제 방식을 도입할 만한 유인이 적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이주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