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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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의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과거처럼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억제된 상황을 확인한 뒤 금리를 인하해도 늦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다른 Fed 이사처럼 조기 금리 인하론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러 이사는 이날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콘퍼런스에 참석해서 "인플레이션이 반등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 않는 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올해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금리인하를 시작할 때가 되면 체계적이고 신중하게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이전 많은 사이클에서 금리 인하는 종종 신속하고 큰 폭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사이클은 과거처럼 빠르게 움직이거나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조기 인하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발언이라는 평가다. 물가 상승세가 완화하면서 Fed의 목표치(2%)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지만,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겨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반등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월러 이사는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근접해 있다고 생각하지만, 승리를 선언하기 전에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며 "금리를 너무 일찍 내리기 시작한 후 물가 오름세가 재개되는 최악의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월러는 Fed의 대표적인 매파 성향의 인사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가진 핵심 인사로도 분류된다. 지난 11월 28일 금리 동결을 긍정하는 발언을 내놨다. 시장에선 매파인 월러 이사도 금리 인하에 동의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바 있다.

월러 이사의 발언이 확산한 뒤 미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25%포인트 상승한 연 4.075%로 마감했다.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07%포인트 치솟은 연 4.245%로 상승했다. 조기 인하론이 한풀 꺾이면서 국채 금리가 반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월러 이사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반응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이클 가펜 애널리스트는 "월러가 금리 인하론으로 선회했지만, 여전히 3월 인하론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냈다"며 "이번 발언의 핵심은 완화 속도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도 금리를 처음 인하하는 시점이 3월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