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기업 주가가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상속·증여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에 세제개혁을 좀 더 과감하게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동 증권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민생토론회(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주재하면서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결국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국민이 다 같이 인식하고 공유해 과도한 세제에 대한 개혁을 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주주 입장에서는 기업의 주가가 너무 뛸 경우 상속세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기업 가치 제고에 소극적일 수 있다”며 상속세제 개편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령으로 할 수 있는 건 정치적 불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감히 밀어붙이겠다”며 “다만 법률 개정은 국민들께서 뜻을 모아 지지해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는 여론이 뒷받침되면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대적인 상속세 개혁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대통령께서 더 과감하게 세제개혁을 하라고 주문한 만큼 더욱 과감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더라도 증권거래세는 당초 발표한 것처럼 0.15%(2025년)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금투세 신설과 거래세 인하가 동시에 발표돼 금투세가 폐지되면 거래세율 인하 역시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금융위는 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상향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내 투자용 ISA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증권시장은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라며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계속 이렇게 할 것이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국민과 약속하면 무조건 한다”며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