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네 번째 정치개혁안으로 제시한 국회의원 정수 축소는 정치 과잉으로 빚어지는 온갖 부작용을 감안하면 충분히 타당성을 가질 만하다. 4월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수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는 각오인데, 야당도 이런 정치 개혁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주장이 타당성을 갖는 이유는 자명하다. 우리 국회가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집단이라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국제 비교가 나올 때마다 국회 경쟁력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마구잡이 입법 탓에 법안 가결률이 10%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생산성은 낮은데 특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다. 국민 1인당 국민소득(GNI) 대비 의원 연봉은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나라의 약 1.5배에 이른다. 회의에 불참해도, 회의 시간에 코인 거래에 정신이 팔려도, 범죄를 저질러 수감 생활을 해도 피 같은 나랏돈을 꼬박꼬박 받는 등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적용받지 않는다. 9명인 보좌진 수는 OECD 주요 국가의 2~4배에 달하고, 의원 사무실 크기는 150㎡(약 45평)로 4~5배 넓다. 이러니 총선 때마다 의원 배지를 달려고 죽기 살기로 싸운다. 비대해진 국회 권력, 마구 찍어내는 규제·포퓰리즘 입법 폭주로 인한 폐해는 또 어떤가.

한 위원장은 앞서 국민의힘의 귀책사유로 재·보선이 치러질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 금고형 이상 형 확정 시 재판기간 세비 반납과 불체포특권 포기를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했다. 민주당도 이전 선거 때 비슷하게 공약했던 것들이다. 그런데도 막상 여당이 제안하니 ‘김건희 특검법’ 수용 등을 전제로 협의할 수 있다고 한다. 정치 개혁을 정략으로 연결시키며 특권 포기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태도로 민심을 얻을 수 있겠나. 국민은 누가 개혁의 깃발을 더 높이 들고 제대로 실천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