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로 실적가시성 저하"…오리온, 52주 신저가
오리온이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소식이 나오자 오리온의 주가는 급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당장 2분기부터 실적이 타격받을 것이란 전망과 시너지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장 초반 급등하던 레고켐바이오의 주가도 보합권으로 전환했다.

16일 오리온의 주가는 2.39% 약세로 장을 시작해 갈수록 하락폭을 10%대 이상으로 키우고 있다. 오전 9시 27분 기준 14.01% 떨어진 10만700원에 거래 중이다. 한 때 주가가 10만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쓰기도 했다.

인수 대상인 레고켐바이오의 주가는 같은 시각 0.18% 오른 5만 4,7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장 초반 6%대 상승세 보이기도 했지만, 오리온의 주가가 하락폭을 키우면서 함께 투심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전날 장 마감 후 오리온은 홍콩 자회사를 통해 레고켐바이오 창업자 김용주 대표 등의 주식 140만주를 787억원에 매입하고 4,698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레고켐바이오 지분 25.7%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분 인수를 놓고 증권가의 분석도 엇갈린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거래가 기업가치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임상개발을 희망했던 레고켐바이오와 바이오 산업에 진출해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오리온그룹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레고켐바이오 입장에서는 시가총액의 3분의 1수준의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희망했던 적극적 임상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현재 진행중인 LCB84 임상 1/2상 그리고 레고켐바이오가 단독 소유권을 갖고 있는 9건의 비임상, 초기 개발 단계의 ADC 파이프라인들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인재 영입, 임상 개발 비용 등으로 재원이 투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번 지분 인수를 국내 바이오기업 대주주 지분 매도의 모범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 경영진 지분율이 낮아지는 점, 시가 대비 프리미엄이 미미한 점 등은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최대주주가 현금 창출 능력이 높은 기업으로 바뀌며서 유상증자를 통한 기업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제한적인 것은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통상 바이오 기업은 성과를 낼 때까지 지속적인 자금 수혈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낮아지고 창업자 역시 연구개발보다 자금 확보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번 거래는 이상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반면 키움증권은 이번 인수로 당장 2분기부터 오리온의 실적 가시성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분 취득일이 3월 29일이기 때문에 레고켐바이오 손익이 올 2분기부터 오리온 전사 손익에 반영될 것"이라며 "현재 일회성 손익을 제외한 레고켐바이오의 경상적인 영업손실은 400억∼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향후 실적 전망 측면에서 연결 회계 처리가 관건인데, 레고켐바이오에 대해 연결 회계 처리된다면, 오리온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 이상 하향 조정되면서 실적 가시성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지분법 회계 처리된다면 오리온 영업이익에 대한 악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연구원은 "제과 사업 회사의 바이오 사업 투자 확대로 인해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성 측면의 투자포인트가 희석되고, 이종 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이 확대될 수 있다"며 주가 밸류에이션 변동성도 야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연기자 ycho@wowtv.co.kr